케이터링 전문업체 '슈슈'의 천현정(27) 천현선(26) 자매의 일터는 작은 사무실과 주방으로 이루어져 있다. 케이터링이 단지 고객이 주문한 대로 음식을 만들어 배달하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는 생각에서다. 모임의 성격에 맞게 메뉴를 짜고 상차림, 인테리어까지 기획해야 하기 때문에 책상에서의 작업도 만만치 않다.프랑스요리학원 '꼬르 동 불루'를 졸업하고 프랑스 호텔에서 일 한 경험이 있는 동생 현선씨가 요리를 주로 담당하고 기업홍보를 하던 언니가 주로 행사 기획을 맡는다. 지난해 10월 일을 시작해 빠른 시간안에 자리를 잡은 두 사람은 요즘 케이터링 업계의 변화를 대표적으로 보여준다. 잔치 음식을 담당하던 과거의 출장요리와는 달리 요즘 케이터링업체는 요리와 함께 스타일링 파티 기획자로서의 역할까지 해낸다.
때문에 요리와 스타일링을 각각 분담하는 젊은 인력이 팀을 짜 케이터링 일을 시작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대학에서 식품영양학을 공부하고 인터넷 요리사이트에서 기획일을 했던 박현정씨와 서양화를 전공한 뒤 요리를 공부한 권혜진씨는 30살 동갑내기 친구. 두 사람이 2년 전 만든 '만찬'도 음식에 스타일을 담은 새로운 케이터링을 선보이고 있다. 요리평론가로 더 알려진 강지영씨가 푸드스타일리스트 정진우, 도예가 장혜진씨와 함께 운영하고 있는 '푸드파인더'도 마찬가지. 영국에서 15년간 생활하면서 스타일링과 요리를 배운 강지영씨가 주도해 97년부터 시작했다. 이밖에 라뀌진, 그린티등도 최근 케이터링 업체로 손꼽을 만 하다.
이들이 주도하는 새로운 케이터링은 기존의 출장요리와는 메뉴부터 다르다. 푸짐하고 국물이 있는 음식과는 달리 모양새에 더 신경을 쓴 음식이 주류를 이룬다. 갈비나 잡채 등 전통 잔치음식이 아니라 손가락으로 집어먹을 수 있는 '핑거푸드'나 행사 성격에 맞게 음식메뉴를 정한 '컨셉푸드'가 주를 이루고 있다. 핑거푸드는 오픈샌드위치 레몬타르트 초콜릿 가지햄치즈말이 등 식사류라기 보다 와인이나 칵테일과 함께 즐길 수 있는 가벼운 음식들이다.
컨셉푸드란 그날 행사의 주제를 음식에 표현하는 것. 예를 들면 콜라겐 성분의 화장품 신제품 소개행사라면 콜라겐 성분이 들어있는 족편이나 소꼬리찜 등을 내놓는다. 식물성 성분의 화장품 신제품 출시행사라면 음식도 꽃으로 장식한 디저트나 녹차를 이용한 요리를 주로 내놓는다. 메뉴에서 뿐 아니라 컨셉에 맞는 상차림 인테리어까지도 케이터링의 일부가 된다. 테이블을 꽃이나 초로 장식하고 음식을 담아내는 용기도 금속제 뷔페 접시가 아니라 고급스런 도자기 접시를 이용해 분위기를 살린다. 심지어 고객의 요청에 따라 음악이나 서빙, 행사진행까지 맡아서 한다.
강지영씨는 "사람들이 모임에서 음식만 먹는 것이 아니라 분위기를 요구하게 되면서 케이터링의 역할이 커졌다"고 말한다. 최근에는 기업체의 행사나 가족이나 친지들의 모임이 잦아지면서 케이터링에 대한 수요도 부쩍 늘었다. 강씨는 "한 행사를 맡으면 밤샘작업도 해야 하기 때문에 일 주일에 2건 이상은 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김동선기자 ween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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