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먹는 샘물/"깐깐하게 고르세요"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먹는 샘물/"깐깐하게 고르세요"

입력
2002.10.11 00:00
0 0

강, 하천 등 상수원 오염으로 수돗물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 일반가정과 사무실에서 먹는샘물 소비가 급증하고 있다. '생수' 또는 '광천수'로 불리우는 먹는샘물은 맛의 차이를 가리기 어려운 데다 제조사마다 자사 제품을 최고인 양 홍보하고 있어 옥석을 가리기가 매우 힘들다. 하지만 이르면 내년 말이나 2004년 초부터 '신비의 바닷물'이라고 일컫는 해저 심층수가 국내에 선보이는 등 제한적이나마 기능성 샘물이 나올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먹는샘물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현행 '먹는물 관리법'에 따르면 시판되는 먹는샘물은 자외선 소독 이외에 일체의 첨가물을 섞거나 가공을 하지 못하게 돼 있다. 다시 말해 암반에서 끌어올린 자연 그대로의 성분을 담고 있어야 한다.

국내에서는 아직 금지되고 있지만 외국에는 살을 빼 주는 '다이어트 생수', 갑상선 치료 효과가 있는 '요오드 생수', 충치 예방 효과가 있는 '불소 생수' 등 다양한 기능성 샘물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국내에서도 기능성 샘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환경부가 올해 1월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에 해저 심층수를 비롯한 기능성 샘물 허용 여부에 대한 연구를 의뢰해 놓은 상태다.

먹는샘물의 생명은 물 맛과 위생 상태에 달려 있다. 4∼5년전만 해도 국내 일부 소규모 생수업체들이 제조·밀봉 과정을 부실하게 처리해 대장균이 검출되는 경우가 있었다. 하지만 최근 철저한 위생 검사와 시설 현대화에 따라 위생 상태는 양호한 편이다. 국내업체 중 상당수가 미국 FDA와 일본 후생성의 까다로운 수질 검사 기준을 통과했다. 따라서 최근에는 물맛과 판매 가격이 먹는샘물의 주요 잣대가 되고 있다.

먹는샘물의 물맛은 원수에 포함돼 있는 미네랄 등 함유 성분에 따라 결정된다. 일반적으로 먹는샘물은 여과 과정을 거치지 않기 때문에 경도 물질인 칼슘 마그네슘 같은 양이온과 중탄산이온 염산이온 황산이온 같은 음이온을 함유하고 있다. 이들 미네랄 함유 성분 중 양이온인 경도 물질이 적게 들어 있는 연수(軟水)일수록 물맛이 좋다. 가급적 증류수에 가까울수록 맛이 좋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물에 섞여 있는 경도 성분이 40∼50ppm 수준일 때 최고의 물맛이 난다고 설명한다.

따라서 소비자들이 먹는샘물을 고를 때는 원수를 채취한 수원지와 함유 성분 표시를 꼼꼼히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가정용 페트병 부문 1위인 '제주삼다수'(농심)는 제주 한라산, 사무실 배달용 PC제품 1위인 '진로석수'(진로)는 소백산 줄기인 충북 청원, '동원샘물'(동원F& B)은 경기 북청산과 전남 담양 추월산, '풀무원샘물'(풀무원)은 충북 괴산군 유평리, '아이시스'(롯데칠성음료)는 경기 양주와 충북 청원군, '퓨리스'(하이트맥주)는 경남 하동과 충남 천안시 목천면 등에서 원수를 끌어다 쓰고 있다. 이밖에 '다이아몬드정수', '크리스탈', '스파클' 등 70여개 중소 샘물 회사들이 맛을 놓고 치열한 '물 전쟁'을 벌이고 있다.

먹는샘물 시장은 외환위기 때인 1998년 단 한해를 제외하고 매년 30%가 넘는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1998년 904억원에 그쳤던 먹는샘물 시장규모는 2000년 1,514억원, 지난해에는 1,857억원으로 늘었고, 올해에는 사상 최초로 2,000억원을 돌파할 것이 확실시 된다.

공주대 신호상(申浩相) 교수(환경교육과)는 "외국은 주로 석회암에서 원수를 채수하는데 반해 국내에는 화강암에서 나오는 원수를 쓰기 때문에 수질이 상대적으로 좋은 편"이라며 "그러나 외국에서는 다양한 기능성 샘물들을 허가하고 있는 반면 국내에서는 이런 기능성 물 생산이 금지돼 있어 수출이나 시장 확대에 제한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해양수산부는 2004년 해저 심층수를 개발해 시판한다는 방침에 따라 심층수 개발 작업에 착수함과 동시에 환경부와 먹는물 관리법에 대한 법 개정 협의에 들어갔다. 환경부측은 11월 연구 검토가 나오는 대로 기능성 샘물의 국내 시판 허용 여부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이제 물도 소비자의 취향과 필요에 따라 깐깐하게 골라 마시는 시대가 된 것이다.

/송영웅기자 heroso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