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이 국가안보의 간성이라면 경찰은 공공질서의 보루다. 두 조직은 국가와 민족에 대한 충성을 바탕으로 운영되고 유지된다. 그런데 대북첩보를 둘러싼 공방에서 군의 분열상이 드러난데 이어, 경찰도 비슷한 문제점을 드러내 국민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최근 청와대 치안비서관이 사표를 냈다. 그 자리는 경찰청 정보국장, 행자부 치안정책관과 함께 손꼽히는 경찰 요직이다. 이 정부 들어 세 요직에 있던 간부들이 한 명씩은 옷을 벗었다. 이유는 개인 비리 때문이지만, 청와대 치안비서관의 경우 수사기밀을 누출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또 해직된 어떤 경찰간부는 다른 사람도 돈을 먹었다고 폭로해 경찰에 대한 불신을 키웠다. 경찰비리는 드문 일이 아니지만, 공직사회 전반의 기강해이와 정치권 눈치보기가 경찰조직에도 번진 점이 문제다.
더욱이 놀라운 것은 청와대 치안비서관의 사표 수리를 경찰 총수가 모르고 있었다는 점이다. 정확한 진상은 수사를 통해서도 결코 드러나지 않겠지만, 사표 제출의 이유와 수리의 경위가 그만큼 정치적이었다는 의심을 살 만하다. 수사기밀 유출 외에 다른 이유가 있었을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되는 것도 당연하다.
여러 사유로 치안감 세 자리가 공석이거나 직무대행으로 운영되고 있어, 경찰은 지금 11월 인사설로 술렁이고 있다. 그러나 공정하고 합당한 인사를 하지 못할 바에는 정기인사는 미루는 게 옳다. 잘못된 인사는 지금도 위축된 조직의 생명력과 활기를 더 죽일 뿐이다. 전에도 정권 교체기에는 경찰인사를 하지 않았다. 9일 열린 전국 경무관급 이상 주요 지휘관회의에서도 강조된 일이지만, 현재로서는 공직기강 확립을 위해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하는 길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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