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봄 여름의 유행경향을 미리 선보이는 세계 4대 패션컬렉션이 런던 뉴욕 밀라노를 거쳐 12일 파리컬렉션에서 한달에 걸친 대 장정을 끝낸다.규모는 작지만 끊임없이 세계 패션계에 실험정신을 수혈하는 런던, '패션은 이미지 산업'임을 증명하는 창의성의 보고 파리 등 저마다 뚜렷한 개성을 갖고있는 컬렉션들이 쏟아낸 2003 봄여름 패션의 키워드는 '복고적인 여성미'과 '밀리터리(Military·군복) 룩'. 세계적인 경기침체와 다가올 미-이라크 전쟁의 암운을 애써 잊으려는 듯 패션계는 화려한 색상과 꿈결처럼 부드러운 실루엣들로 성숙한 여성의 체취를 부각시켰다. 또 군복의 디테일들을 차용한 세련된 스포티룩들도 여전히 강세.
복고적 여성미의 전범으로 등장한 것은 1940∼1960년대의 부드러운 실루엣들이다. 여성의 몸에 곡선을 되살리는 이 옷들은 타이트한 펜슬스커트와 엉덩이 길이 재킷, 둥근 깃의 짧은 블라우스, 허리선을 높인 꽃무늬 원피스, 앞코가 둥근 구두 등으로 사랑스럽고 우아한 여성을 표현했다. 소재도 가벼워져서 하늘하늘한 시폰과 실크, 면저지 등이 많이 사용됐다.
색상은 9·11 테러 직후의 음울한 블랙 붐을 일거에 벗어난 듯 화사한 파스텔 색상이 대부분. 햇빛에 바랜듯한 파란색부터 피치핑크(베이지 기운이 도는 차분한 핑크색), 연한 레몬색 등이 다채롭게 사용되는 가운데 밤의 파티를 위한 색상으로는 골드와 실버가 포인트 색으로 각광받았다.
군복 패션은 한결 섹시하고 스포티해졌다. 다양하게 변형된 카고팬츠는 여전히 많은 디자이너들의 사랑을 받았으며 여기에 발목이나 발등을 칭칭 동여맨 스트랩 하이힐 구두를 곁들여 신는 것이 새로운 스타일로 제안됐다. 또 색색의 하이힐 구두와 주머니가 많이 달린 커다란 가방도 실용적이면서 스포티한 아이템으로 많이 등장했다.
이밖에도 파리에서는 '패션천재'로 불리는 존 갈리아노가 화려한 오리엔탈 무드 작품들로 호평을 받으면서 지난 시즌에 이어 이국적인 색상배합을 특징으로 하는 에스닉 패션의 인기를 엿보게 했다.
/이성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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