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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쪽박 코스닥, 쳇바퀴 거래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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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쪽박 코스닥, 쳇바퀴 거래소

입력
2002.10.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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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증시가 '10·10 테러'를 당했다."종합주가지수가 600선마저 무너지며 연중 최저로 떨어지고, 코스닥지수가 또다시 사상 최저로 추락한 10일 증권사 객장에는 탄식과 후회가 가득했다. "파는 것조차 포기했습니다." 우량주마저 추락해 온통 파랗게 물든 시세판을 바라보는 투자자들의 얼굴에는 폭락의 충격보다 오히려 '올 것이 왔다'는 체념이 앞섰다. 초가을, 수확의 계절로 접어들고 있지만 경제의 돈줄인 주식시장은 연일 엄동설한이다.

지난 10년간 지수 500∼1,000사이를 오가며 제자리 걸음만 해온 '쳇바퀴' 거래소와 3년 새 10분의 1 토막 난 '쪽박 코스닥'을 바라보며 투자자들은 이제 지쳐가고 있다. 경제규모가 10년 전 보다 2배 이상 커지고 국민소득도 높아졌는데 경제성장을 반영한다는 증시만 제자리 걸음이라는 사실에 투자자들은 허탈해 하고 있다.

국내 증시를 겉으로 붕괴시킨 것은 정보기술(IT)경기 부진과 세계 경제 불안 등 '외풍'(外風)이지만 안으로 곪게 만든 것은 각종 '게이트'로 상징되는 주가조작과 이익 빼돌리기, 대주주의 도덕적 해이다. 회사 이익을 주머니 쌈짓돈처럼 여기는 대주주, 소액 투자자의 권익을 무시하는 기업들, 대박의 환상을 쫓아 묻지마 투자를 한 개미들이 어우러져 '천수답'(天水沓) 증시를 만들어냈다. 대통령 임기 따라 5년 마다 바뀌는 경제정책과 관료 입맛 따라 은행을 주무르는 관치금융의 폐습, 오너의 입맛대로 좌우되는 불투명한 지배구조 등이 남아있는 한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시장·기업 저평가)'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

그래도, 외환위기로 뼈아픈 교훈을 얻은 기업·정부·가계 등 경제 주체들이 이제 한발짝만 더 변화한다면 이번 폭락은 증시 활성화와 건전화에 보약(補藥)이 될 것이라는 희망은 여전히 살아있다.

김호섭 경제부 기자 dre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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