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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티크/은은한 세월의 매력 젊은층도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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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티크/은은한 세월의 매력 젊은층도 좋아해요

입력
2002.10.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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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확의 기쁨과 조락(凋落)의 아픔으로 밤새 뒤척이는 계절, 고색창연한 분위기와 예스런 멋을 함께 맛볼수 있는 앤티크(antique) 열풍이 불고 있다. 원래 앤티크는 곱게 손때가 묻은 장롱이나 탁자, 검은 녹이 더깨를 이룬 등잔에 이르기까지 100년 이상 된 골동품을 지칭한다. 인생의 희로애락을 잔잔하게 풍기며 아름답게 늙은 노인의 모습처럼 앤티크는 은은한 세월의 흔적을 담뿍 담아 사람을 매료시킨다. 시대를 뛰어넘는 미와 세계에서 단 하나밖에 없는 희소성도 애호가들이 꼽는 앤티크의 가치이다. 이 같은 성격과 고가의 가격 때문에 지금까지 앤티크를 찾는 사람들은 대부분 중년층이었다.

▶젊은층으로 열풍 확산

그러나 최근 앤티크가게가 몰려있는 이태원을 기웃거리는 신혼 부부나 예비부부들의 발길이 부쩍 늘었다. 앤티크 취미가 젊은 층으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는 얘기다. 이태원의 앤티크가게 '헤라'의 양현당씨는 "주말이면 20∼30여명의 고객이 다녀가며 특히 혼수품으로 고가의 앤티크가구를 찾는 사람이 많다"고 말한다. 100만∼300만원대의 화장대나 뚜껑이 달린 책상 뷰로가 특히 인기아이템이다. 앤티크붐을 탄 전시회도 활발하다. 지난달 말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02 앤틱페어'에 이어 17∼19일 종로타워 지하2층에서는 만년필 파커의 앤티크전시회가 열린다. 백화점 문화센터의 앤티크강좌에는 앤티크를 전문적으로 배우려는 주부들로 붐빌 정도다.

앤티크는 그림 도자기 등 예술작품에 국한되지 않고 가구 식기류 액세서리 숄 커튼 등 각종 생활용품까지 포함한다. 앤티크 취향의 범위가 수집해서 감상하는 것에서 곁에 두고 계속 사용하는 생활용품으로 확대된 것이다. 최근에는 앤티크를 이용, 집안을 꾸미는 것이 새로운 경향으로 자리잡았다. 자연스러운 멋이 우러나는 앤티크는 어떤 디자인의 가구와도 잘 어울릴 뿐 아니라 집의 품위도 높인다. 장롱을 거실 TV장이나 에어컨장으로 사용하거나 콘솔이나 뷰로를 집안 한 코너에 놓아, 눈길을 끄는 식의 응용도 가능하다.

▶'짜가'도 봇물

하지만 거품도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진정한 앤티크 애호가도 있지만 유행만을 쫓는 '한철 메뚜기'도 상당하다"며 "앤티크 열풍이 불어닥친지 2∼3년 밖에 되지않아 아직까지 소비자들이 전문적인 안목을 갖추지 못한 상태"라고 말한다. 영국 소더비인스티튜트에서 순수장식미술사를 전공한 최지혜(31·제뉴인앤티크 대표)씨는 "실제 앤티크의 진위나 가치를 따지기 보다 비싸니까 사자는 식이 많다"고 말한다.

물건의 신뢰성도 문제다. 한 전문가는 "실제 100년 이상 된 진품 앤티크는 현재 유통되는 앤티크가운데 10∼20% 밖에 되지 않을 것"이라고지적한다. 60∼70년 밖에 되지 않은 물건을 앤티크로 분류하는가 하면 유럽의 벼룩시장 등에서 팔리는 수준의 물건이 버젓이 앤티크로 팔리기도 한다. 명품에도 '짜가'가 있는 것처럼 '앤티크처럼 만든' 재현품도 함께 거래되고 있다. 재현품은 앤티크의 재질이나 디자인을 모방해 만드는 수준을 넘어, 앤티크처럼 보이려고 표면에 일부러 못자국이나 잉크자국을 내는 등의 '앤티크 피니싱'을 하기까지 한다. 가구 틈새에 먼지가 끼여 검게 변한 것을 재현하기 위해 일부러 검게 칠한 경우도 있다. 18세기 중반에서 20세기 초반까지 유럽에서 인기가 있었던 도자기 브랜드 '마이센'의 경우 마크를 모방한 가짜도 적지 않다.

▶'세월의 무게'안목 키워야

이러한 재현품이나 가짜 앤티크는 중국 동남아 등에서 대량으로 만들어져 유럽이나 미국으로 수출된 뒤 다시 국내로 수입되는 경로를 밟는다. 판매자도 연대를 정확히 알지 못하거나 소비자도 '꼭 진짜가 아니더라도…'라는 어물쩡한 자세가 많다. 실제로 올이 다 풀린 숄이 명품 숄보다 더 비싼 형편인데도 진품인지 확인할 수 있는 길은 그리 많지 않다. 결국 소비자 스스로 안목을 키워야한다는 얘기다. 최씨는 "진품을 제대로 사기위해서는 우선 세월의 무게, 전문적인 용어로 '파티나'를 알아보아야 한다"고 설명한다.

앤티크는 가구, 도자기, 은제품 등 분야를 막론하고 모두 사람이 사용한 흔적이 은은한 멋으로 살아나야 한다. 가구의 경우 색상이 자연스럽게 우러나와야 하며 상처가 나기 쉬운 부분 또는 사람 손이 많이 닿는 부분은 그렇지 않은 부분에 비해 반드시 닳은 흔적이 있어야 한다.

앤티크는 수공예품이므로 물건의 모양이나 흠집도 인위적으로 만든 흠집과는 달리 불규칙적이다. 부분적인 장식이나 마무리 등도 감상 포인트.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는 속담처럼 조각이나 장식 문양이 어떻게 처리되었는지를 보면 전체적인 수준을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앤티크를 감상하는 능력이 키워졌다면 원산지별 시대별 작품의 특징도 구매포인트가 된다. 한 시대를 풍미한 예술가에게 자신의 대표작이 있듯이 앤티크도 각 시대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전형적인 예가 있다.

이런 앤티크는 일단 투자해도 손해보지 않는다. 이중에서도 흔하지 않은 것을 선택한다면 금상첨화다. 1770년대 웨지우드 도자기의 경우 전형적인 신고전주의 스타일인데, 그 중에서도 색상이나 문양이 독특하다면 더욱 투자가치가 높아진다. 물론 이 정도까지 알아보려면 상당한 '내공'이 필요하다. 아직 그 수준까지 이르지 못했다면 전문가의 조언을 활용하는 것이 안전하다.

/김동선기자 weeny@hk.co.kr

■이태원 앤티크 거리

최근 앤티크 열풍을 주도하는 곳은 바로 이태원의 앤티크거리이다.

이태원 해밀튼호텔에서 보광동 방향으로 이어지는 500m 거리에는 2∼3년 사이에 앤티크가게가 30여 개 이상 들어선 데다 재현품을 취급하는 가게도 모여있다. 새로 문을 여는 가게도 부쩍 늘었다. 100년 이상 된 서양고가구와 본차이나, 커피가는 기계, 접시 등 각종 생활기구를 취급하는 앤티크거리는 주말이면 혼수쇼핑에 나선 예비부부뿐 아니라 지방에서 앤티크가게를 운영하는 사람, 인테리어업자들로 북적댄다. 분당 평촌 일산등지에까지 앤티크 열풍이 퍼져가면서 이태원은 그야말로 국내 앤티크 유행의 진원지라고 할 수 있다.

이태원 앤티크거리의 특색은 가게주인 대부분이 평범한 가정주부라는 점이다. 자녀키우고 살림 사는 것 밖에 모르던 이들이 그동안 생활에서 익힌 미감과 내공으로 앤티크 가게 주인으로 변신하게 된 것이다. '처음에는 소비자로 물건을 모으는 데서 시작했다'고 말하는 '바바리아'의 김정윤(60)씨는 "세월의 때가 곱게 남은 앤티크는 5번만 보면 누구나 빠져들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한다. "앤티크는 수공예품인데다 고전적인 품격을 지녀 아무리 오래 쳐다봐도 질리지 않고 볼수록 정이 든다"고 앤티크 예찬론을 펼쳐놓는 그는 판매자이기에 앞서 애호가이다. 독일에 사는 여동생의 도움을 받아 물건을 공급하고 있다는 그는 "처음에는 별다른 지식 없이 출발했지만 요즘은 유럽의 앤티크페어에 참가해 스스로 물건을 구입할 정도가 됐다"고 말한다. '친구따라 강남간다'는 식으로 같이 취미생활을 하다가 나란히 가게 문을 열기도 한다.

이들은 서로 정보도 나누고 함께 물건을 구입하러 다니기도 한다. 또 단순히 물건을 팔고 사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손님의 주문에 따라 종합인테리어까지 담당한다. 새 집이나 병원 등을 앤티크로 꾸며달라는 주문이 들어오면 벽지 바닥재 등을 담당하는 인테리어 업자와 팀을 이뤄 작품을 만들어낸다.

/김동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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