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인 케르테스 임레의 작품은 10대에 겪은 아우슈비츠 수용소 체험에 뿌리를 두고 있다. 15세 소년으로 대학살을 목격한 그가 내적으로 비극을 수용하고 글로 써내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1975년에 '운명 없는 존재'로 주목을 받게 되면서 그의 작품이 알려지게 되었다. 이 작품의 주인공은 다름아닌 케르테스 자신이었기 때문에, 이 작품을 끝내고 그는 "나 자신에 관해서 이야기한다는 것은 너무나도 힘겨웠다"고 밝혔다. 88년 소설 '실패'를 출간하면서 그는 "사는 것과 쓰는 것 이 두 가지 모두가 나에게는 도덕적 의무"라고 말했다. 케르테스는 93년 '문화로서의 홀로코스트'라는 제목으로 세 번의 강연을 한다. 이 강연에서 그는 지성 사회이며 도덕 사회라고 알려진 유럽에서 홀로코스트라는 만행이 저질러진 이유를 문화적인 접근 방법으로 밝혀냈다. 이어 97년 소설 '누군가 다른 사람'을 통해 자아와 타인과의 거리를 보여주는 시도를 하고, 98년 '죽음의 특파부대를 새로 채우기까지의 침묵의 순간'을 발표한다. 소설과 에세이, 강연에 이르기까지 그의 글은 20세기에 벌어진 대학살을 알리고 책임을 느끼게 만드는 것을 주제로 삼았다.그는 "우리에게 유일한 삶의 목표는 오로지 살아남는 것이며, 주어진 운명을 살아가는 것이다"라고 피력한다. 인간에게 주어진 당면과제는 운명을 탓하거나 비난하며 죽어가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운명을 받아들이고 살아남는 것이라는 말이다. 그는 20세기 유럽에서 일어난 비인간적 만행을 생생히 고발한 작가이며, 현재 헝가리에서 유대인 모임을 주도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일찍이 그의 생생한 증언에 대해 귀를 기울이고 있었고, 특히 독일의 지성인들에게 교훈을 준 작가로 알려져 있다. 그는 최근 독일 예술원 회원으로 선출되었는데, 독일 예술원에는 이미 13명의 노벨상 수상자가 있다.
한 경 민 한국외국어대 헝가리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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