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3년 10월11일 샹송 가수 에디트 피아프가 48세로 죽었다. 피아프가 가장 위대한 샹송 가수였다는 데 동의할 사람은 많지 않겠지만, 그녀가 가장 널리 사랑 받은 샹송 가수라는 데에는 많은 사람이 동의할 것이다. 피아프의 교유는 당대 파리 문화계의 그럴싸한 표본이기도 했다. 시인 레몽 아소와 철학자 장폴 사르트르가 그녀를 위해서 가사를 썼고, 작곡가 마르그리트 모노가 그녀를 위해 가락을 만들었으며, 시인 장 콕토가 그녀를 위해 모노 드라마를 썼다. 피아프는 또 이브 몽탕이라는 이탈리아 출신 젊은이를 후원해 프랑스 연예계의 스타로 만들었다.모노의 곡에 피아프가 직접 가사를 붙인 '사랑의 찬가'(1949)는 피아프의 수많은 히트곡 가운데서도 가장 널리 알려진 노래일 것이다. 당시 피아프는 권투선수 마르셀 세르당과 열애 중이었는데, 세르당이 비행기 사고로 죽자 그를 그리며 이 가사를 썼다고 한다.
"푸른 하늘이 무너질 수도 있겠지요/ 땅이 꺼질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당신이 날 사랑하기만 한다면 무슨 상관이겠어요/ 내가 깨어나는 아침마다 사랑이 넘쳐흐르고/ 내 몸이 당신 손 아래서 떨고 있는 한/ 아무런 문제가 없어요/ 당신이 날 사랑하고 있으니/ 나는 달이라도 따올 거에요/ 나는 돈을 훔칠 수도 있어요/ 당신이 그걸 원한다면/ 나는 조국을 버릴 수도 있어요/ 나는 친구를 버릴 수도 있어요/ 당신이 그걸 원한다면/ 남들은 날 비웃겠지요/ 그러나 난 뭐든지 할 거에요/ 당신이 그걸 바란다면/ 어느 날 인생이 내게서 당신을 빼앗아간다 해도/ 당신이 죽어 내게서 멀리 떨어져 있다고 해도/ 당신이 날 사랑한다면 상관없어요/ 나 역시 죽을 테니까요/ 우리에겐 영원이 있어요/ 거대한 창공 속에서/ 하느님은 서로 사랑하는 사람을 맺어줄 거에요."
고종석/편집위원aromach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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