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아시안게임 선수촌 내 간이 천막에 설치된 네일페인팅(nail-painting) 샵. 7일 뜻하지 않은 손님의 방문으로 잠시 소란이 벌어졌다. 북한 역도 선수 두 명이 찾아와 선뜻 손톱을 내밀고 네일케어(nail-care)를 요구한 것. 직원 손은혜(30)씨는 "숙소 밖으로 거의 나오지 않는 북한 선수들이 찾아와 무척 놀랐다"며 "남자 선수들이어서 예쁜 페인팅을 해주지는 못했지만, 전 직원이 몰려들어 함께 기념 사진을 찍었다"고 즐거워 했다.숙소에서 두문불출하던 북한 선수진이 대회 종반에 접어들면서 '남녘에 대한 낯가림'을 떨쳐내고 있다. 경기가 대부분 종료돼 숙소에서 TV나 인터넷으로 소일하다가 선수촌 내 위락시설에 모습을 나타내기도 하고 북한 경기 응원에도 나서고 있다.
9일 밤 남북 여자 축구경기가 벌어진 구덕경기장에는 북측 응원단 뒤로 빨간색 유니폼을 입은 체조, 탁구 등 북측 선수들 50∼70여 명이 자리를 잡았다. 이들은 경기장에서 뛰는 남북 선수들 몸짓하나하나에 탄성과 환호를 보냈다. 앳된 얼굴의 여자 체조선수는 "숙소에서 TV로 만화나 경기중계를 보면서 지냈다"며 "경기장에 나오니 무척 즐겁다"고 말했다. 북한 여자축구단은 승리 후 버스로 몰려드는 남한 팬들에게 창문을 열어 손을 맞잡고 한반도기에 사인을 해주는 여유를 보였다. 8일 북한과 태국의 남자축구경기 응원을 온 20∼30명의 북측 선수단도 하프타임 도중 전광판에 울산에서 진행중인 남자축구에서 한국이 바레인을 1―0으로 이기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박수갈채를 터뜨리며, '반쪽 조국'에 대한 사랑을 전하기도 했다.
또 계순희를 비롯한 북측 유도 선수들은 경기 종료 후 만경봉호를 찾아 응원단원과 즐거운 한때를 보냈다. 계순희는 선수촌 내 사우나를 즐겨 이용하고 북한 축구선수 전철은 마사지를 받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에는 선수촌 내 미니 공원에서 널뛰기를 하는 북한 선수가 목격되기도 했다. 숙소 경비를 담당하는 경찰은 "처음에는 '어느 경기 하세요'라고 물으면 '축구'라고 딱 한 마디만 할 정도로 경직된 모습을 보였는데, 요즘은 먼저 말을 걸어오기도 한다"며 "정들자 이별이라고 11일 1진이 떠난다니 아쉬움이 많다"고 말했다.
/부산=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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