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이 70일 앞으로 다가 오면서 대선 승리를 위한 각 후보 진영의 표 계산이 분주해 지고 있다. 최근 흐름이 빨라진 정계개편 움직임도 나름의 산법에 따라 취약 또는 전략 지역으로 분류된 특정 지역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 득표율을 끌어 올리는 데 목적이 있다.한나라당은 9일 대선기본계획 보고회의에서 이회창(李會昌) 대통령후보의 득표 목표를 투표율 80%를 전제로 전체의 54.6%인 1,520만 표라고 발표했다. 이는 1997년 15대 대선의 이 후보 득표수보다 530만표 이상이 많고, 30% 중반대를 유지하고 있는 현재의 지지도에 비해서도 20% 포인트 정도 높아 실현 가능성에 물음표를 다는 사람도 적지 않다. 실제 당 전략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이 후보가 이길 경우 40%대 지지율에 2위와는 200만표 안팎(5% 포인트)의 차이가 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현실성 여부와 관계 없이 한나라당의 목표 산출 근거를 찬찬히 들여다 보면 이번 선거의 승부처가 어디가 될지가 드러난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현재의 판세와 목표치의 차이는 이 후보가 전체 유권자의 27.5%(959만표)를 차지하고 있는 영남권에서 70% 이상을 득표하고, 30%대에서 정몽준(鄭夢準) 의원과 각축을 벌이고 있는 충청권(345만표)에서 절반을 얻는다는 가정에서 비롯되고 있다.
결국 이 후보가 50%대인 영남의 지지율을 얼마나 더 끌어 올리느냐, 역으로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대통령후보와 정 의원이 이를 어느 정도 잠식하느냐가 향후 대선판도에 변화를 몰고 올 주된 변수라는 얘기다. 득표경쟁의 또 다른 축은 호남(391만표)이다. 노 후보와 정 의원은 호남에서의 구체적 목표득표율을 제시하지 않고 있지만, '반(反) 이회창' 세력의 본산인 이 곳을 주요 기반으로 삼으려 할 게 분명하다. 호남의 표심은 노 후보와 정 의원 지지로 분산돼 있는 상태여서 앞으로 두 사람 중 누가 반창(反昌) 진영의 대표주자로 떠오르느냐에 따라 대세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유성식기자 ssyo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