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으로 스나이퍼(저격수)의 소재를 파악한다." 미국 수사기관이 워싱턴 일대 주민을 공포에 빠뜨리고 있는 무차별 연쇄 총기 살인사건의 범인을 찾기 위해 첨단 수사기법을 쓰고 있다.미 경찰은 최근 5일 사이에 8명의 시민이 단 한 발의 총탄에 맞아 숨지거나 중상을 입었는데도 범인의 신상과 행방에 대한 단서를 찾지 못하자 '범행현장 분석법(Geographic Profiling)'이라 불리는 수사 기법에 희망을 걸고 있다.
10년 전 뱅쿠버 경찰 수사관 출신의 킴 로스모가 처음 개발한 이 기법은 통상 범죄자들은 자신의 집 주변의 아주 좁은 범위를 제외하고는 익숙한 지역에 사는 사람들을 골라 범행 대상으로 삼는다는 이론에 근거한다. 범행 장소나 시체 매장 장소 등 지역적 요소를 분석함으로써 범인의 근거지를 역추적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로스모는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범행 현장에서 발견된 각종 요소를 계량화해 일정한 수학적 규칙을 산출한 뒤 여기에 새로운 요소를 입력, 범인의 근거지를 압축하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완성했다.
일련의 범행에서'워싱턴 스나이퍼'는 피해자의 몸에 박힌 총탄 외에는 어떤 흔적도 남기지 않았다. 희생자들의 성별·연령·인종 등 측면에서도 어떤 연관을 찾을 수 없다. 다만 메릴랜드주 몽고메리 카운티에서 숨진 5명의 피격 지점이 서로 수 마일 내에 위치하고 있는 등 지리적 근접성이 유일한 공통점이다. 경찰은 이런 이유로 범행현장 분석법을 적절히 활용하면 의외의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범인이 범행 현장에서 25㎢ 내에 살고 있다고 믿을 경우 이 프로그램을 적용하면 범인의 위치는 몇 블록 내로 좁힐 수 있는 것으로 연구 결과 나타났다. 로스모는 450건의 범죄 중 절반 가량을 해결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정확한 추론을 위해서는 좀 더 많은 데이터가 필요하다. 이 기법을 이용한 범죄분석 소프트웨어를 판매하고 있는 트루노스 데이터 시스템스사는"불행하게도 더 많은 희생자가 나올 때 이 프로그램은 더욱 효과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김승일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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