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의 수수께끼를 풀어줄 중성미자와 우주 X선의 존재를 규명하고 관측방법을 제시해 천체관측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업적으로 올해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2명의 미국인과 1명의 일본인은 모두 실험 물리학자다.언뜻 듣기에 이들의 공적은 우주 만큼이나 거창하지만 따지고 보면 무모하리만치 우직한 실험이 전부다.
그동안 태양으로부터 중성미자가 지표 1㎠에 초당 1,000억개씩 날아온다는 이론적 계산은 있었지만 중성미자는 다른 물질과 거의 반응을 하지 않아 확인할 길이 없었다.
중성미자를 처음 관측한 레이먼드 데이비스 2세 펜실베이니아대 교수는 그러나 "몇 년이 걸리든, 무슨 방법이든 실험으로 확인해야 한다"며 1960년대 초 본래 전공인 화학지식을 바탕으로 615톤의 염소 살균세제 탱크를 제작, 관측을 시작했다. 그로부터 30여년. 그는 1994년 마침내 통계적으로 의미있는 결과를 내놓았다.
고시바 마사토시(小柴昌俊) 도쿄대 교수는 1982년 양성자 붕괴를 확인하기 위해 폐광지하에 높이 16m, 지름 15.6m짜리 물탱크를 만들었으나 이 실험은 실패로 끝났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고 대기업을 설득, 세계에서 가장 큰 광증폭관을 탱크안에 설치하는 등 태양 중성미자 관측시설로 이를 개량했다. 결국 300년마다 한번 볼 수 있는 초신성 폭발이 87년 관측됨으로써 실험은 예기치않은 개가를 올렸다.
사실 이들의 수상공적은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쉽지않다. 하지만 그들의 위대한 열정앞에는 절로 머리가 숙여진다. 또 결과가 불확실한 일에 수십년씩 몰두할 수 있었던 사회적 학문적 환경도 부럽다.
특히 일본에서 3년 연속 노벨물리·화학상 수상자가 나왔다는 소식을 접하며 단기 성과만 좇는 우리의 학문적 풍토에 낙담하게 된다.
김희원 생활과학부 기자 h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