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도발가능성 첩보 묵살의혹과 관련한 새로운 사실들이 잇달아 밝혀지면서 '진상의 밑그림'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이번 사안의 초점은 당초 김동신(金東信) 전 국방장관이 서해교전 전인 6월13일 대북감청부대인 5679부대가 올린 보고서 중 북의 도발가능성을 담은 2,3번 항을 삭제했느냐 여부. 그러나 5679부대가 6월 27일 결정적 도발징후를 포착하고도 북 경비정의 북방한계선(NLL) 침범을 '단순침범'으로 보고한 사실이 밝혀져 5679 부대장 한철용(韓哲鏞) 소장의 주장에 대한 신뢰도에 흠집이 나면서 이번 파문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쟁점과 새사실
처음 묵살의혹이 제기됐을 때 핵심 쟁점은 김 전 장관이 첩보사항을 삭제했느냐와 5679부대가 6월27일 도발징후를 알 수 있는 결정적 첩보를 올렸느냐는 것 두 가지였다. 전자에 대해서는 아직도 김 전 장관·정형진(丁亨鎭) 합참정보융합처장과 한 소장·윤영삼 대령사이의 입장이 완전 상반되고 있다.
그러나 후자의 경우 한 소장의 주장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면서 묵살의혹이 새로운 상황으로 바뀌고 있다. 한 소장은 "6월27일 북의 결정적 도발징후가 담긴 첩보가 포함된 보고를 올렸으나 상부(정보본부)에서 묵살했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조사 결과 5679부대가 올린 27일 보고서에는 북 경비정의 침범을 '단순침범'으로, 28일과 북 경비정의 도발 직전인 29일 오전의 보고도 동일한 결론을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한 소장은 "단순침범으로 보고한 것은 사실이지만, 당시 군내 분위기로 보아 그 같은 결론을 내릴 수 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즉 군 수뇌부의 의향을 인식한 부득이한 결론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군 관계자들은 "6월27일의 사실이 밝혀지면서 한 소장의 주장은 설득력을 상실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조단의 조사과정과 결론방향
특조단은 당초 10일께 조사결과를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새로운 사실들이 드러나면서 조사기간이 당초 계획보다 연장될 전망이다. 그러나 조사결과는 이미 결론이 거의 내려졌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관련 정보서류가 보존돼 있어 상황이 명확하게 파악되는데다 피조사자들의 증언도 대부분 일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황은 한 소장에게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핵심인 13일의 상황도 정 처장이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마친 뒤 함께 회의를 한 3명의 대령들을 조사한 결과, 한 소장의 주장과 상당히 배치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관계자들은 전하고 있다. 물론 김 전 장관이 정 처장에게 지시한 내용과 정 처장이 윤 대령에게 회의결과를 설명하면서 내린 지시는 제3자가 없어 아직도 결론을 내리지 못한 상태다.
/권혁범기자 hb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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