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3년 경남의 작은 섬 마이도. 99세가 된 최고령 할아버지는 "우리섬에서도 대학생이 하나 나왔으면 좋겠다"고 마지막 소망을 말하고 이에 노심초사한 이장과 마을 사람들은 스무 살 세 청년을 권투 특기생으로 대학에 입학시키자고 결의한다. "권투는 그냥 맞고 때리면 되는 거 아이가" 하는 마을 이장(박은수).이렇게 소박한 발상으로 시작된 '남자, 태어나다'는 '열혈촌놈극'이라는 카피가 말해주듯, 꽤나 촌스러운 정서를 화면 속에 담았다. 오락실 주인으로 지내고 있는 은퇴한 프로 권투 선수 왕사범(이원종)을 초빙해 세 청년을 맡긴다. 짝사랑하는 여대생(김사랑)을 위해 대학에 가고 싶은 대성(정준), 대학가요제에 나가고 싶은 만수(홍경인), 어부가 되기 싫은 해삼(여현수)이 실력은 의심스럽지만 인간적인 왕사부를 따르며 극기 훈련에 들어간다.
박은수 이재용 등 동네 아저씨들의 캐릭터와 대사는 '전원일기' 극장판을 보는 것 같고, 동네 양아치들로 나오는 최상학 남창희 이상훈 역시 조폭영화의 날카로운 캐릭터가 아니라, 순박한 깡패들이다. 아이들이 방황하다 다시 심기일전, 결국 전국대회까지 나간다는 설정도 뻔하디 뻔하다.
그러나 초지일관한 순박함은 이 영화의 약점이자 최대 무기. 반질반질한 서울 아이들만 보다 새까맣고 촌스러운 시골 아이들이 정겨워 보이는 것처럼 말이다.
세 주인공 보다는 요즘 드라마 '야인시대'에서 구마적으로 주가를 올리고 있는 이원종의 코믹 연기가 가장 돋보이며, 그가 없었더라면 이 영화의 미덕은 절반으로 줄어들었을 지도 모른다. '천사몽'을 만든 박희준 감독의 재기작. 11일 개봉. 전체가
/박은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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