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 연체율이 증가하고 소비심리 둔화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카드·은행주에 이어 대표적 소비업종인 백화점·홈쇼핑주가 급락하고 있다. 외국인은 소비관련 지표들이 나빠지자 소매·유통주를 집중 매도, 7월 이후 애착을 보여온 소비관련주를 포기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분기 가계부채는 2000년 국내총생산(GDP)의 51.1% 수준에서 미국(75.3%)에 육박하는 70.6%에 이르렀다. 은행권의 가계자금 연체율(1.7%)과 신용카드 연체율(6.8%)도 지난해 말보다 각각 0.25배, 0.55배 늘었다.
■백화점 1주일새 20% 폭락
가계 신용악화 우려가 불거지면서 신세계·현대백화점, LG홈쇼핑 등은 연일 폭락세를 보이고 있다. 9일 유통업종 지수는 무려 5.64% 하락, 거래소에서 낙폭이 가장 컸다.
유통업종 대표주인 신세계는 프로그램과 외국인 매물이 쏟아지면서 10.94%(1만8,000원) 폭락한 14만6,500원을 기록했다. 신세계가 14만원대로 밀리기는 9개월 만에 처음이다. 지난달 30일 18만5,000원에서 불과 6거래일 만에 20% 이상 폭락한 셈이다. 외국인 지분도 19일 50%대에서 47%대로 줄어들었다.
현대백화점은 11.01% 떨어진 1만9,000원을 기록했다. 최근 5일 연속 추락해 역시 20% 가량 빠졌다. 홈쇼핑주도 9∼12%대의 높은 하락률을 기록했다. LG홈쇼핑은 8.83% 밀린 7만200원, CJ39쇼핑은 11.84% 급락한 4만6,900원으로 마감했다.
가계부실이 현실화할 경우 국내경기의 버팀목 역할을 했던 소매·유통업종이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감 때문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전망은 그다지 나쁘지 않다. 굿모닝신한증권 박성미 수석연구원은 "현대, 신세계 등 오프라인을 주력으로 하는 백화점들은 매출과 수익성 개선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홈쇼핑주의 전망은 다소 부정적이다. 실적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달 두 홈쇼핑사의 매출은 8월 대비 각각 5% 가량 감소했다. 한화증권 이영곤 연구원은 "실적둔화에 대한 우려감으로 외국인은 물론 기관들까지 홈쇼핑주를 처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현대증권은 "가시청 가구수의 포화, 소비심리 악화 등으로 성장세가 둔화하고 있다"면서 "신제품 확대 등 성장 잠재력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당분간 주가약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 신용대란 현실화할까
개인신용 부실화 가능성에 대해선 전문가 의견이 엇갈린다. 현재로선 미국의 경기침체 등 외부변수에 의한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현투증권 박주식 리서치 센터장은 "우리나라 사람들은 부동산 등 비금융자산을 선호하는 경향이 높기 때문에 개인 부채가 급격히 늘어난 것만 갖고 '신용대란의 전조'로 해석하는 것은 논리의 비약"이라고 지적했다.
또 은행과 신용카드 연체율도 미국의 3.8%, 5.1% 수준과 비교하면 그리 우려할만한 수준이 아니라는 분석이다.
박 센터장은 "개인 부채의 급증은 소득증가와 선진국형 소비패턴이 확산되면서 기업 위주의 자금수요가 소비중심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라며 "우리 경제가 완만한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고 금융기관의 위험관리 능력도 크게 향상된 만큼 최근의 소비관련주 투매는 성급한 감이 있다"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일부에선 금리상승으로 이자 부담이 늘어나고 담보 부동산 가격이 하락할 경우 대규모 가계부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한다.
전문가들은 "7월 중순 이후 글로벌 주식시장의 가장 큰 특징은 정보통신업종의 몰락과 헬스케어·소비재 관련 업종의 부각"이라며 "당분간 투매를 자제하고 외국인의 매매패턴과 금리인상 여부를 주시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고재학기자 goind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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