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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교사 워크샵 "영어수업 이렇게"/노래와 게임통해 영어랑 친해지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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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교사 워크샵 "영어수업 이렇게"/노래와 게임통해 영어랑 친해지도록

입력
2002.10.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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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가 헝겊으로 만든 인형을 손에 끼고 경쾌한 랩송 리듬에 맞춰 "What's this? It's a book. What's this? It's a bag. …"하며 노래를 부르자, 부끄러워하던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따라 한다.학급을 반으로 나눠 팀을 정한 후 원을 만들고 의자에 앉는다. 술래가 "Anyone who has long hair, swap your seats."(머리카락이 긴 아이들은 의자를 바꿔 앉아라)라고 말하자, 머리가 긴 아이들이 빨리 일어나 자리를 바꾼다. 늦게 일어난 어린이가 술래가 된다.

▶'스무고개나 인형극을 해 보세요'

8일 오후 초등교사들을 대상으로 한 '영어로 진행하는 영어수업' 워크샵(서울서부교육청 주최)이 열린 서울 마포구 신수동 신석초등학교. 200여명의 초등교사들이 8개반으로 나뉘어 강사의 몸 동작 하나 하나에 귀를 쫑긋 기울였다. 이 워크숍의 목적은 교사들이 각종 놀이와 노래를 통해 영어로 수업을 진행하는 교습법을 '체득'하도록 하는 것.

"3,4학년은 노래를 부르거나 이야기 듣기를 좋아하고 5,6학년은 퀴즈나 스무고개 등을 좋아해요." "수줍어 하는 아이들에게는 인형극을 시켜보세요. 인형이 말하는 것이니까, 아이들이 실수를 해도 덜 부끄러워 합니다." 교사들은 게임과 인형극 등을 직접 해보며, 지난 1년간 진행했던 영어수업의 노하우를 서로 교환했다.

▶학생수준에 맞춘 다양한 교습법 준비를

'말하기 듣기' 지도법을 강의한 박미숙(朴美淑·신석초) 교사가 "영어로 설명할 때 동작을 함께 사용해야 학생들 이해도가 높아지며, 역할극을 할 때는 방관자가 없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설명하자 참여교사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수준별 수업운영'을 강의한 신순희(申順姬·신석초) 교사는 아이들 영어수준에 따라 4∼6명 정도의 그룹을 정할 것을 권했다. 이들 중 보충학습이 필요한 그룹은 교탁 가까이 자리를 마련해 수업을 진행하고, 보충학습이 끝나면 제자리로 돌아가게 한다는 것. 또 평균이상의 실력을 갖춘 심화학습 그룹은 교탁과 떨어진 곳에 공간을 마련해 자기 주도적으로 학습을 하도록 하면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양한 보조교재로 참여 유도 필요

초등학교에서는 지난해부터 3학년 이상을 대상으로 주1∼2회 '영어로 진행하는 영어수업'을 실시하고 있다. 수업은 놀이와 노래 등을 통해 아이들의 말문을 터주고, 카드 맞추기 등을 통해 문장구성과 기초단어를 외우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수업에 필요한 단어는 3∼4학년 80∼120개, 5∼6학년 90∼130개로 총 450개 정도면 충분하도록 구성했다. 그래서 아이들은 정적인 일반 수업보다 아기자기한 영어수업시간을 훨씬 즐거워한다. 박현주(신석초3·여) 학생은 "3학년이 돼 영어수업을 할 수 있어 너무 기뻤다"고 말할 정도다.

그러나 40분 수업을 영어로만 진행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워크숍에 참가한 21년 경력의 김혜란(金惠蘭·서울 마포구 소의초교) 교사는 "이미 240시간의 영어교습 연수를 받았지만, 아직도 영어수업 중 절반 정도는 한국어를 사용하고 있다"며 "아이들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보조교재들이 필요한데, 이에 대한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완벽한 영어'에 대한 부담 버려야

서울시교육청 김점옥(金点玉) 장학사는 "틀린 영어라도 자꾸 말하게 하는 것이 좋은 만큼 완벽한 영어에 대한 부담감을 버리면 수업을 진행하는 것이 쉬워질 것"이라며 "정확한 발음이나 문법에 너무 신경을 쓰면 영어에 흥미를 잃기 때문에 읽기·쓰기 보다 듣기·말하기 위주로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워크샵에 참석한 한 교사는 "중·고·대학 10년을 공부해도 외국인 앞에 서면 말문이 막히는 것이 한국식 영어교육의 현실"이라며 "이미 시작된 초등영어교육을 개선, 발전시키는 데 힘을 쏟아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정영오기자 young5@hk.co.kr

■ 프랑스에서는

조기 영어교육을 강조하는 이들은 흔히 프랑스를 모델로 삼는다. 모국어에 대한 높은 긍지와 함께 자국어 보호정책을 강하게 유지해 온 프랑스에서도 조기 영어교육이 돌이킬 수 없는 '대세'가 됐다는 점에서다.

프랑스 교육당국은 1989년 초등학교 4학년부터 영어 등 외국어를 배우도록 방침을 정했다. 그 뒤 조기 영어교육은 더욱 확대됐다. 94년에는 초등학교 2학년부터 영어교육을 허용했다.

그러나 프랑스에서 초등학교 저학년부터 영어를 가르치는 정책은 아직까지 뿌리를 내리지는 못하고 있다. 외국어 교육을 담당할 교사를 확보하기가 어려운 탓이다. 초등학교 2학년부터 영어를 공부하도록 했지만, 3∼4학년이 되어서야 비로소 외국어를 교육하는 학교가 많다. 중·고등학교 교사를 초청하는 등의 방법을 동원했지만, 교사는 여전히 부족하다.

초등 영어교육은 아이들이 영어에 친숙하게 만드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일주일에 1∼2시간 정도의 수업시간은 영어노래나 놀이 등을 통해 영어를 가르친다. 이 때문에 본격적인 영어교육은 중학교에 가서야 이뤄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외신 보도 등에 따르면 최근 프랑스 일선 초등학교에서는 조기 영어교육 비판론이 조심스럽게 일고있다. 짧은 수업시간으로는 영어를 제대로 가르치기 힘든데다, 프랑스어 교육도 덩달아 지장을 받고있기 때문이다.

/김진각기자 kimj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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