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철(李相哲) 정보통신부 장관이 정보기술(IT) 분야에 대한 투자촉진을 명목으로 1조원 규모 투자펀드의 조성을 추진하고 있으나, 정작 정통부가 지난해 IT투자를 위해 조성한 자금의 절반 이상이 사용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9일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에 따르면 정통부가 관리하는 '정보화촉진기금'의 2001년 운용내역을 분석한 결과 IT벤처 투자 목적으로 19개 투자조합 2,668억원의 자금이 조성됐으나, 지난해 말까지 실제 투자 금액은 15%에 불과한 397억원에 머물렀다.
전하성 과기정위 수석전문위원은 "2001년에는 경기침체로 위기에 직면한 IT벤처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2000년보다 2배나 많은 자금이 재원으로 책정됐으나, 투자 진척도는 사상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전 위원은 "이같은 현상은 정통부의 투자재원 배정이 시장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부적정하게 산정됐음을 반증하는 것"이라며 "유휴재원의 발생이나 무리한 투자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유망 IT기업에 저리 자금을 대출하는 '융자사업'도 겉돌고 있다. 성장기업보다 돈 떼일 염려가 없는 중견기업에 자금지원이 집중되는 바람에 융자금의 절반 이상이 상환기일을 1년 이상이나 남기고 중도에 상환됐다. 정통부는 당초 융자사업에서 2,807억원이 회수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실제 회수자금은 예상보다 1,066억원이나 많은 3,873억원에 달했다. 정통부 관계자는 "조기상환 자금은 총 1,443억원으로 이중 1,181억원이 업체들의 여유자금 증가에 따른 것이었으며, 127억원은 해당 기업이 아예 융자금을 찾아가지 않아 발생한 '대출불능' 금액"이라고 말했다.
국회 과기정위는 중도 상환액의 급증에 대해 "조기상환 규모가 정상 상환분의 절반에 달하는 것은 정책 및 회계적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는 것을 뜻한다"고 지적했다. 과기정위는 "융자금의 과다한 조기상환 현상은 장기·저리 자금의 공급을 통해 IT부문 생산성을 제고한다는 정책목적을 약화시킬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정통부는 이날 문화관광부와 공동으로 디지털영상 콘텐츠 산업 육성을 위해 500억원 규모의 '디지털영상 콘텐츠 투자조합'을 결성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