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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서 띄우는 편지

입력
2002.10.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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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에는 나들이를 ‘놀이’로 표현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계절별로 대표적인 놀이가 있죠. 봄이면 꽃놀이, 여름에는 물놀이, 그리고 가을의 대표적인 놀이는 단풍놀이입니다. ‘매우 즐거운 나들이’를 뜻하는 말이겠죠. 개인적 취향에 맞춘 여행이라기 보다는 한꺼번에 몰려 가는 여행입니다.이번 주말부터 본격적인 단풍놀이가 시작될 전망입니다. 단풍 명소마다 대대적인 홍보를 벌이고 있고 각 여행사의 상품도 단풍 여행지에 쏠려 있습니다. 모두 잿빛 도시를 벗어나 울긋불긋한 곳으로 몰려갈 태세입니다.

그래서 단풍 명소에는 단풍잎 만큼이나 많은 사람이 몰립니다. 아예 사람 구경이라고 해야 맞을 지 모릅니다. ‘사람 구경도 구경’이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하겠지만, 사람이 많은 곳에서는 여러 가지 불편한 일이 많이 생깁니다.

대목을 만난 상인들의 바가지 상혼, 아무리 신경을 써도 청결을 유지하기 어려운 공공시설물, 교통의 번잡함 등등. 짜증이 납니다. 세대별로 극명하게 다른 우리의 행락문화도 짜증을 보탭니다. 휴식과 감동이 아니라 피곤과 넌더리를 얻는 여행입니다.

방법이 없을까요. 아주 쉬운 방법이 있습니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사람들은 사람이 몰려있는 곳에만 몰립니다. 마치 가두리 속에 갇힌 물고기처럼 범주를 벗어나지 않고 그 안에서만 복닥거립니다. 설악산 천불동계곡을 예로 들까요.

여행객의 99%에게는 비선대가 울타리입니다. 그 바깥으로는 한발만 내디뎌도 다리에 이상이 생기는 지 도무지 시도를 하려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울타리 바깥에는 사람이 많지 않습니다. 잠깐만 다리품을 더 팔면 사람에 치이는 짜증을 피할 수 있습니다.

금쪽 같은 시간을 투자해 찾아간 단풍 고운 산, 1시간만 더 들이면 더 깊은 자연 속에서 더 고운 단풍을 만날 수 있습니다. 다리에 이상이 생기지도 않습니다. 물론 건강에도 큰 보탬이 되겠죠.

/권오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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