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파주 출판문화단지 입주 시작/"거대 북시티 넘어 생태도시로"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파주 출판문화단지 입주 시작/"거대 북시티 넘어 생태도시로"

입력
2002.10.09 00:00
0 0

한강의 시원한 물줄기가 펼쳐지고 재두루미가 하늘을 나는 곳, 경기 파주시 교하읍 문발리. 이곳이 출판을 중심으로 한 문화생태도시로 비상할 준비를 하고 있다. 1989년부터 기획된 파주출판문화정보산업단지(출판단지)가 서서히 모습을 갖춰가고 있기 때문. 90년 역사의 보진재를 비롯, 화성프린원 태평양그랜드 등 굵직한 인쇄소들이 잇따라 입주, 가동에 들어갔으며 11월에는 출판사로는 처음으로 한길사가 입주한다. 민음사 열화당 동녘 등 13개 출판사는 현재 사옥 공사가 한창이며 김영사 사계절 창작과비평사 등은 곧 공사에 들어간다. 영국의 헤이 온 와이, 네덜란드의 브래드보트, 벨기에의 레뒤 등 책의 도시가 있기는 하지만 이곳만큼 규모가 크고 체계적으로 생겨난 것은 아니다. 아직은 입주업체가 적어 황량해 보이지만 도로망이 갖춰졌고 대지 정지 작업도 거의 마무리됐으니 북시티의 기반은 갖춘 셈이다.

▶출판단지 어떤 곳인가

출판단지는 1단계 지구와 2단계 지구로 나뉜다. 2004년말 완공 예정인 1단계지구는 26만4,800평의 대지 위에 유통센터 출판·인쇄지구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 지원시설이 들어선다. 유통센터는 출판 인쇄 서적상 등 200여 회사가 주주로 참여하는 한국출판유통이 주관한다. 이달 중순 착공해 2004년초 완공되는데 책을 저장하고 관리하는 시설과 필요한 때에 적재적소에 공급하는 시스템을 갖춘다.

출판·인쇄지구는 출판사와 인쇄회사가 입주하는 곳. 150여 업체가 별도 사옥을 지으며 이들 사옥을 임대하는 업체를 포함하면 500∼600곳이 들어올 것으로 전망된다.

아시아출판정보문화센터는 5,452평 부지에 건설되는 건평 5,300평의 4층 건물. 그 중 다음달 완공되는 출판문화교육센터는 이벤트홀과 대회의실을 갖춰 출판인 교육에 주력하게 된다. 내년 여름에는 국제회의 등 대규모 행사를 열 수 있는 전시·정보지원센터가 완공된다.

지원시설은 이곳에 거주할 출판인 및 그 가족 5만명과, 관광객들을 위한 상업시설 등이다.

2단계 지구에는 미디어와 애니메이션 등 첨단 영상 산업 시설이 들어서는데 아직 완공시기는 결정하지 못했다. 전체 면적은 20만5,600평.

▶출판단지의 효과

출판계는 출판단지가 가져올 유무형의 효과가 엄청날 것으로 내다본다. 2단계 지구까지 완공할 경우, 출판분야 2조원을 포함, 모두 6조원의 매출증가가 예상된다. 반면 물류비 7,500억원 등 1조9,500억원의 비용 절감 효과가 기대된다.

세계적인 책의 도시들은 관광명소이기도 하다. 영국 웨일스 지방에 자리잡은 헤이 온 와이는 마을 인구는 1,300명에 책방 37개가 오밀조밀 늘어선 데 불과하지만 세계에서 가장 큰 헌책방이 있다는 명성 만으로 매년 5월 문학과 음악 등 책과 관련되는 책축제가 열릴 때쯤이면 전세계에서 수십만명의 관광객이 찾아든다. 벨기에 레뒤 마을 역시 인구 450명으로 출발했지만 제2의 헤이 온 와이로 명성을 쌓아가고 있다. 출판단지 사업협동조합의 신기섭(辛基燮·52) 기획위원은 "우리 단지는 통일동산, 임진각과 가까워 외국인 15만명을 포함, 연 215만명의 관광객이 찾을 것"으로 전망했다.

터가 좁은 서울 당산동 공장을 팔고 옮겨온 보진재는 넉넉한 터에 대형 설비를 도입, 생산 효율을 높이는 등 벌써부터 효과를 누리고 있다. 박희장(朴喜長·54) 이사는 "인쇄와 출판회사가 한곳에 있으니 서로 문제가 있더라도 금방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생태도시

출판단지의 기본 개념은 책을 매개로 자연 속에서 쾌적하게 살 수 있는 도시. 이 개념은 이미 도시 계획과 설계에 반영돼 있다. 샛강을 복개하지 않고 그대로 둔 것이 좋은 사례다. 샛강은 출판단지 전체를 휘감으며 한강으로 흘러 든다. 갈대가 많고 그 그늘로 물고기가 모여 물 반 고기 반이다. 철새는 물고기를 노리고 있다. 이곳은 그렇지 않아도 유명한 재두루미 도래지다. 뒷편 심학산은 전망이 좋다. 이곳에서 내려다보는 노을진 한강은 장관 중의 장관.

그런 전망을 살리기 위해 아시아정보문화센터(4층)를 제외한 모든 건물은 3층 이하로 건축된다. 간판의 크기와 색상, 담장의 재질 등도 조화를 이루도록 할 계획이다. 태양광·풍력 등 청정 에너지도 사용된다.

이런 도시 개념을 살리기 위해 김 원 민현식 승효상 정기용 조성룡 등 유명 건축가가 설계에 참여했다. 단지 상담역인 이건복(李健馥·49) 동녘 대표는 "출판, 자연, 건축물이 하나가 되는 멋진 신도시를 만들어 보이겠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건축가와 건축학도, 공무원들은 수시로 이곳을 찾아와 생태도시의 탄생 과정을 지켜보고 있다.

/박광희기자 khpark@hk.co.kr

김영화기자 yaaho@hk.co.kr

● 이기웅 출판단지 이사장/"이채로운 쇼핑몰로 관광에도 한몫"

갈대가 무성하던 한강 하류의 습지가 서서히 출판의 메카로 변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남다른 감회에 젖는 사람이 있다. 파주출판문화정보산업단지 이사장을 맡고 있는 이기웅(李起雄·62·사진) 열화당 대표다.

"오랜 시간이 흘렀습니다. 생각이 다른 사람들을 만나 설득을 거듭해 의견을 하나로 모았습니다. 여기저기서 출판단지를 조성은 할 수 있을지, 조성을 한다면 언제나 가능할 지 의아해 했는데 이제 열매가 맺혀갑니다. 감격스럽습니다."

출판단지의 시작은 198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기웅 사장을 비롯해 박맹호 민음사 사장, 김언호 한길사 사장, 전병석 문예출판사 사장, 윤형두 범우사 사장, 김경희 지식산업사 사장 등 출판인들은 어울려 등산을 하다 출판계의 현안을 걱정하곤 했는데 어느날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제지부터 인쇄 제본 출판 물류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하나로 묶자는 데 이른다. 이들은 곧 "출판인들이 토지를 매입, 출판의 전 과정을 한 곳에서 해결하자"고 의기투합했다. 그 해 9월 건설추진위원회 발기인대회를 열고 91년에는 사업협동조합 설립인가를 받았다. 특히 이기웅 이사장이 94년 김영삼 당시 대통령과 청와대 조찬 모임을 가진 자리에서 시종 책의 중요성을 강조하자 김 대통령이 비서에게 출판단지를 챙기라는 지시를 내리면서 사업은 급물살을 탔다.

부지를 제공하겠다는 토지공사는 분당과 일산을 후보지로 제시하면서도 일산을 추천했다. 그런데 가격이 맞지 않자 인근 파주로 눈을 돌렸다. 군부대가 가까이 있다는 이유로 일부 조합원이 꺼렸고 군부대도 군사작전지역이라며 난색을 표했다. 이 이사장은 몇 년에 걸쳐 이들을 설득해야 했다.

부지가 결정되고도 문제는 계속됐다. "부지내 위치도를 놓고 보면 괜히 좋아보이는 땅이 있고 그렇지 않은 땅이 있어요. 서로 특정한 곳을 차지하겠다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분양 면적을 얼마로 할지 결정하지 못해 갈팡질팡하는 회사도 적지 않았지요. 심사위원들이 회사별로 신청을 받아 위치와 면적을 정했는데 이때도 약간의 마찰이 있었습니다."

어려움만 있었던 건 아니다. 특히 2000년 12월 출판인단 150여명과 건축가단 40여명이 '위대한 계약서'에 서명한 것은 사업의 속도를 높이는데 결정적 기여를 했다. 사옥 건축은 회사별로 추진하되 서로의 부조화를 극복하고 협동성을 추구한다는 원칙을 마련, 참가자 모두 서명한 것. 이를 두고 출판단지 건축에 참가한 외국 건축가들은 "이것이 한국식이냐"며 존경심을 나타냈다.

그는 "험난했던 과정을 하나 둘 해결하면서 고생도 많았지만 보람도 컸다"며 "파주출판단지가 우리나라의 출판 및 독서문화를 한단계 도약시키는 계기가 되도록 끝까지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다짐했다.

/박광희기자 khpark@hk.co.kr

● 안종만 (주)파펙 대표이사/"이채로운 쇼핑몰로 관광에도 한몫"

출판단지에는 출판인 5만명이 모여 살게 된다. 하지만 자동차로 서울에서 30분, 인천국제공항에서 20분 거리여서 유동인구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보인다. 단지 안에 들어서는 '이채(異彩)'는 거주자와 관광객을 겨냥한, 이채로운 상업시설이다.

이채의 건립을 주도하는 (주)파펙의 안종만(安鍾萬·55·사진) 대표이사는 "교육과 문화, 상업이 공존하는 테마 쇼핑몰"로 이채를 소개한다. 파펙은 법문사 지경사 교문사 등 출판사 대표 20여명이 주주로 참가했다. 최대 주주인 안 대표는 박영사 대표이다.

건평 1만6,000평 규모의 이채에는 명품 아울렛을 비롯해 식당가 건강용품점 패션잡화점 스포츠·레저용품점 인테리어소품점 등 상업시설 뿐 아니라 복합상영관과 뮤지컬극장, 어린이 전용극장, 재즈 공연장에 난타 전용극장 같은 문화시설도 들어선다. 안 대표는 "출판도시에 걸맞은 새로운 개념의 쇼핑몰"이라며 "문화활동과 쇼핑, 식사를 한곳에서 해결하는 원스톱 시스템을 지향한다"고 말했다. 4개 건물을 이달 중순 착공해 2004년 3월 준공할 예정이다.

/박광희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