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한때는 올림픽 금메달을 꿈꿨습니다."5공 정권 말기인 1987년 4월 '용팔이 사건'으로 불리는 통일민주당 창당방해사건의 주역 김용남(金龍南·53·사진)씨가 부산아시안게임 역도경기장에 나타나 눈길을 모았다.
작고 매서운 눈매에 특유의 콧수염을 한 눈에 알아본 일부 관중과 자원봉사자들이 긴장하기도 했지만 그의 출현 이유는 후배들을 격려하기 위한 것. 사실 그는 3년째 서울시 역도연맹 부회장을 맡고 있는 어엿한 역도인이다.
지난달 30일부터 줄곧 경기장에 나온 김씨는 한국팀의 노(NO)메달 행진에 안타까워하다 7일 여자 75㎏급과 남자 85㎏급에서 김순희와 송종식이 잇따라 동과 금메달을 따내자 환호성을 터뜨렸다.
"원래는 중 2때 '박치기왕' 김일 선수를 이겨보겠다는 야심을 품고 레슬링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일단 근력을 키우라는 충고에 역기를 들기 시작했고 타고난 골격과 힘으로 이내 두각을 나타냈다.
"체육 장학생으로 남산공전에 입학, 3년간 학생대회 라이트급을 휩쓸었어요. 하지만 그 뒤에는 아시안게임 3관왕인 원신희(元信喜·현 한체대 교수) 선수의 그늘에 가렸지요."
"92년 4월 출소 뒤에는 주먹생활을 완전히 청산하고 햄버거가게, 호텔사업 등을 거쳐 요즘은 무역업을 하고 있다"는 그는 "올림픽 금메달의 꿈을 후배들이 이룰 수 있도록 적극 돕겠다"고 말했다.
/부산=박석원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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