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의 명암이 어느 때보다도 날카롭게 엇갈리는 가운데 556돌 한글날을 맞는다. 나라 밖의 낭보부터 전하자면, 한글의 국제적 위상이 급격히 높아가고 있다. 근년 들어 '한류'열풍이 불고 있는데다, 지난 월드컵 대회 이후 한국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한국어를 배우는 나라가 부쩍 늘고 있는 것이다. 지금 전세계에 퍼져 있는 대학 한국어과나 한국어 교육기관은 388개에 이르고 있다. 빼어난 과학성과 실용성으로 익히기 쉬운 한글은 세계 곳곳에 파급되며 한국 최고의 문화상품 역할을 하고 있다.한류와 한국어 열풍을 잇고 국가 이미지를 높이기 위해서는 현지에서의 한국어 교육에 대한 투자가 절실하나, 우리는 아직 열풍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예를 들면 독일은 해외문화원 1년 예산 약 3,300억원 중 80%를 들여 괴테하우스 등에서 독일어를 가르친다. 그러나 한국어를 해외에 보급하는 우리 예산은 한 해 7억여원에 지나지 않아 개선이 시급하다.
나라 안에서는 비보가 들려 온다. 상품명이나 간판 등의 영어표기는 세계화 과정의 산물로 어느 정도 감수하더라도, '통신언어'의 한글 오염이 극심하다. 인터넷과 PC통신, 휴대전화 등에서 젊은 층이 즐겨 사용하는 통신언어가 한글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파괴해 가고 있다.
일본어와 특수문자 등이 동원되어 암호화하는 통신언어 '외계어'는 빠르고 친근하고 자유로운 표현이 가능하며, 말의 의미를 풍부하게 하는 장점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어를 파괴하는 독소가 너무 강하다. '외계어'는 의도적으로 맞춤법을 어김으로써 국어생활과 교육에 커다란 혼란을 주고 있다. 또한 비속어와 은어 등의 폭력적 사용이 도를 지나쳐 사회 정서를 악화시키고 있다. 바르고 아름다운 언어생활을 위해 사회와 당국의 꾸준한 교육과 계몽이 더욱 절실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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