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내외 경제 환경 악화로 내년에도 대기업의 '긴축·내실 경영' 기조가 그대로 이어질 전망이다. 삼성 LG SK 현대차 등 대기업들은 미국의 경제회복 지연, 이라크전 발발 가능성, 부동산 및 주가 하락, 소비 둔화 등으로 인해 내년 기업 환경이 악화할 것으로 판단,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보수적인 경영계획을 수립중이다.8일 재계에 따르면 대기업들은 내년에도 현금 보유 비중을 높여 나가면서 수익성이 낮거나 전망이 불투명한 사업은 매각 또는 분사하고 불요불급한 경비는 대폭 줄이는 가운데 핵심사업과 인재유치를 위한 투자에 전념하는 '내실 경영'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은 최근 각 계열사에 공문을 보내, 각 사별로 효율을 중시하는 경영계획을 짜되 경상비용을 제외한 관리비 광고선전비 등 각종 비용을 '제로베이스'에서 재검토, 10% 수준까지 절감하라고 지시했다. 또 내년 경제성장률 4.0%, 달러당 환율 1,100원, 유가 배럴당 40달러, 3년만기 회사채 수익률 8.0% 등으로 내년 경제환경이 당초 예상보다 악화하는 것을 전제로 경영계획을 수립할 것을 주문했다. 삼성은 내년 설비투자 규모를 올해(6조5,000억원)보다 약간 웃도는 수준에서 책정하되 D램 반도체, 초박막액정표시장치(TFT-LCD), 디지털TV, 휴대폰 등 핵심 분야와 인재유치에 집중하는 투자 포트폴리오를 짜기로 했다.
LG는 내년에 금리 상승, 원화 강세, 유가 급등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내실 위주의 경영' '현금흐름 중심의 경영'을 할 방침이다. LG는 내년 경제성장률은 5%대, 환율은 달러당 1,100∼1,220원, 3년 만기 회사채 수익률은 상반기 6.8% 하반기 7.3%까지 오르는 것을 전제로 경영계획을 짜고 있다. LG는 그러나 고기능 산업재, 2차 전지, 생명과학, 디지털TV, PDP·LCD 디스플레이어, 광스토리지 등 핵심 역량 제품의 리더십 확보를 위한 연구개발(R& D) 투자 및 우수인재 유치를 위한 투자는 강화할 방침이다.
SK는 안정 기조 속에 성장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경영계획을 수립중이다. SK는 기업경영에 무리가 없는 범위 내에서 투자를 확대하고, 특히 정보통신 에너지 화학 생명과학 분야에 투자를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SK 관계자는 "경영환경 악화에 대비, 내실 위주의 경영을 한다는 원칙을 세워놓고 있다"며 "경영목표 달성에 필요한 필수 실행계획을 중심으로 예산을 편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최대 수출 시장인 미국 경제가 계속 침체상황을 보일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수출선 다변화 전략 등을 통한 리스크 분산에 주력할 방침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불확실한 경제여건에 대비해 기본적으로 긴축 경영시스템을 가동하되 성장은 지속한다는 방침"이라고 전했다.
/황상진기자 apri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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