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을 든 기마대의 행렬, 말을 탄 채 호랑이를 쫓는 무사들…. 고구려인의 웅혼한 기상이 담긴 새로운 고분 벽화가 1,600년 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나가시마 기미치카(永島暉愼) 일본 고구려회 회장은 8일 부산대에서 열린 '북한 고고학의 최신 성과'를주제로 한 강연에서 북한 황해북도 연탄군 송죽리 고구려 고분(5세기 전반 추정)의 벽화를 보여주는 사진 6점을 공개했다. 벽화는 회칠한 돌방 벽에 그려져 있으며 군데군데 떨어져 나가기는 했지만 전체적으로 상태가 양호했다.이 고분은 북한 사회과학원 고고학연구소가 지난달 7∼21일 일본 고구려회와 공동으로 발굴한 것. 고분은 앞칸(전실)과 앞 통로, 안칸(널방), 사이 통로 구조를 한 전형적인 고구려 '돌칸흙무덤'(묘실을 돌로 쌓고 그위에 흙을 덮은 무덤)으로, 입구에서 널방까지 길이가 8m에 달해 왕릉급으로 추정된다. 나가시마 교수가 공개한 사진은 마자상을 비롯해 무인의 전신상 일부, 개와 호랑이 등의 수렵도 등으로 전문가들은 사냥과 행차 같은 생활그림이 그려진 것으로 미뤄 이 벽화가 사신도 벽화보다 시대가 앞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북한이 고분 발굴 결과를 한국에서 공개하도록 한 것도 이례적인 일로 평가받고 있다.
한편 이에 앞서 6일 북한중앙방송은 벽화고분을 발굴했다고 공개하고 이 고분에서 금동가락지와 은비녀, 은을 덧씌운 도기 등 유물도 출토됐다고 보도했다. 중앙방송은 북한 고고학자의 말을 인용, "1976년 이후 이 벽화무덤과 같이 다양한 주제의 화려한 벽화가 그려진 무덤이 발굴되기는 처음"이라고 전했다.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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