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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0억 사용처 조사할까/검찰 수사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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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0억 사용처 조사할까/검찰 수사 전망

입력
2002.10.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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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산업은행 대출압력 의혹사건 수사에 착수하면서 4,000억원의 사용처에 대한 계좌추적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검찰이 어떤 식으로든 계좌추적에 손을 댈 경우 사건의 핵심인 대북(對北) 비밀지원 여부 확인으로까지 곧바로 연결되기 때문이다.검찰은 일단 민주당 한광옥(韓光玉) 최고위원이 고소한 청와대의 대출압력 여부에 집중한다는 방침이지만 4,000억원 사용처 수사도 전혀 배제하지는 않고 있어 아직 수사방향을 예단키는 힘들다.

서울지검 관계자는 8일 "4,000억원의 사용처에 대한 수사는 추가 고발이나 특별한 수사단서가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선을 그으면서도 "수사는 항상 가변적인 것이라 미리 잘라 얘기할 수는 없다"고 여운을 남겼다. 어떻든 산업은행과 현대상선, 주거래은행인 외환은행에 대한 4,000억원 대출경위 조사 과정에서 자연스레 돈의 흐름을 조사할 수 밖에 없어 '제한적인 범위'에서의 계좌추적은 불가피하다는 게 검찰 안팎의 시각이다.

더구나 현대상선 김충식(金忠植)전 사장도 조사대상에 포함되면서 4,000억원 사용처에 대한 조사 가능성은 처음보다 더 높아지고 있다. 김 전사장은 2000년 엄낙용(嚴洛鎔) 전 산업은행 총재에게 "산업은행에서 빌린 돈은 구경도 못했으니 정부가 갚아야 한다"고 이의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검찰이 계좌추적을 하더라도 돈의 사용처를 정확히 밝혀낼 수 있을 지 여부는 또다른 문제다. 4,000억원이 한나라당의 주장처럼 정보기관 등 단순한 루트를 통해 북한으로 송금됐다면 계좌추적이 쉬울 수 있다.

반면 기업간 복잡한 자금거래나 돈세탁 또는 환치기 과정을 거쳤다면 돈의 행방을 찾는 데만도 수주일 이상 걸린다는 것이 검찰의 얘기다. 실제 현대상선이나 관련기업의 해외법인이나 지사만 100여군데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계좌추적 자체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따라서 현재 형사부의 인력만으로는 광범위한 계좌추적이 불가능하며 특수부 계좌추적반의 지원이 불가피하다. 이와 관련, 검찰 관계자는 "형사부라고 계좌추적을 못할 건 없다"며 "필요하면 특수부에 협조를 요청할 수도 있고 수사인력을 보강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검찰은 "현 단계에서 대북 비밀지원 수사는 힘들다"는 입장을 누누히 강조하고 있다. 따라서 검찰이 본격적인 계좌추적에 착수한다 해도 한나라당의 추가고발이나 수사가 일정기간 진행된 이후에나 가능할 전망이다.

/배성규기자 veg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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