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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개신교 최초의 무료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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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개신교 최초의 무료병원

입력
2002.10.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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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속칭 '청량리 588' 인근 서울 동대문구 전농1동 495의 15번지에 무료진료 시설인 다일천사병원이 개원했다. 힘없고 가난한 자들이 힘을 모아 건립비용만 50억원이 넘는 준종합병원급 무료진료 시설을 세웠기에 개원식은 더욱 뜻깊은 자리였다.8년 간의 병원설립 과정에는 눈물겨운 사연도 많았다. 1급 장애인인 한 여성은 저수지 근처에서 음료수와 라면을 팔고 남은 돈을 쾌척했고, 강원도 포병부대 군인들은 1만원 남짓한 월급을 1년 가까이 모아 보내왔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아들 현철씨가 병원건립 기금으로 5억원을 기부하겠다고 제안했을 때는 '눈물이 없고 땀이 없는 돈'이라는 이유로 거절했던 일화도 있다.

병원 설립을 주도한 최일도(45) 목사가 이끄는 다일교회는 예배당이 없어 인근의 고등학교 강당을 빌려 주일마다 예배를 드린다.

이렇게 해서 아낀 돈은 노숙자를 위한 무료 점심제공과 병원 설립 기금으로 사용됐다. 병원 설립 과정에는 이처럼 감동적인 이야기가 곳곳에 깃들어 있다. 그래서 최 목사는 병원 개원을 오병이어(五餠二魚)의 기적에 비유한다.

그러나 다일천사병원의 개원은 이미 오래 전에 설립돼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타 종교 시설과 비교할 때 지나치게 늦은 감이 있다. 천주교에서는 이미 1976년 충북 음성에 꽃동네를 개원, 현재 50만명의 후원회원을 확보한 상태고 1990년 서울 성북구에 있던 성가복지병원을 무료 진료 병원으로 전환했다.

그 사이 대형교회들은 교회세습, 교권분쟁 등 부정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그러면서도 더 큰 교회, 더 많은 신자를 가질수록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는 논리를 내세워 대형교회의 필요성을 강조해 왔다. 그러나 개신교 최초의 무료진료 병원이 변변한 예배당 하나 없는 교회의 힘으로 세워졌다는 사실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성장주의에 치우쳐 온 개신교계가 곱씹어볼 대목이다.

김영화 문화부 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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