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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은 볼수록 예쁜글 정작 한국인은 몰라요"/ 외국인 백일장 "예찬" 쏟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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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은 볼수록 예쁜글 정작 한국인은 몰라요"/ 외국인 백일장 "예찬" 쏟아져

입력
2002.10.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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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이 얼마나 예쁘게 생겼는지 한국 사람들은 잘 모르는 것 같아요."8일 오전 '제11회 전국 외국인 한글백일장'이 열린 서울 중구 정동 덕수궁 중화전 앞뜰. 투명한 가을 햇살 속에서 해태상에 기대어 시상을 가다듬던 러시아 유학생 스테그니 다샤(22·여)씨는 "한글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물음에 '꿈'이라는 단어를 써 보였다. "글자모양이 오밀조밀한 게 너무 예쁘잖아요?"

그의 한글 예찬은 한참이나 이어졌다. "한국어는 나긋나긋한 묘미가 있어 사랑을 속삭이는 데 러시아어보다 훨씬 잘 어울리는 것 같다"는 다샤씨는 "한글로 예쁘게 쓴 연애편지를 받고 싶을 정도"라고 말했다.

제556돌 한글날에 즈음해 연세대 한국어학당이 주최한 이날 백일장에는 68개국 1,072명의 외국인이 참가했다. 이들은 "한국어에서 경어법이 가장 어렵지만 익히고나면 저절로 예절을 배우게 된다"는 등 한국어와 한글의 매력을 침이 마르도록 칭송했다. 중화전 동편 세종대왕 동상을 바라보며 수필을 써 내려가던 미국인 토드 루드니아닌(22)씨도 "한국어의 복잡한 존칭 어미에는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속담을 연상시키는 겸손의 지혜가 담겨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은 한글을 사랑하는 만큼 요즘 청소년들을 중심으로 유행하는 한글 파괴현상을 크게 우려했다.

일본인 나카타 유미코(中田由美子·25)씨는 "요즘은 신문을 읽어도 영어와 약어들이 너무 많아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고 고개를 저었다. 학원에서 일본어를 가르치기도 했다는 유미코씨는 " 학생들이 쓰는 '방가방가' '안냐세요' 같은 말을 알아듣는데 한참 걸렸다"며 "특히 인터넷에서 남용되는 유행어들이 한글을 망가뜨리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일본인 이시야마 데쓰야(石山哲也·30)씨도 "한국어는 음과 뜻을 동시에 나타내는 훌륭한 언어"라며 "사전에도 없는 '골 때린다'는 말이 텔레비전에서 아무렇지 않게 튀어나오는 등 비속어가 날로 늘어가는 세태도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날 백일장에서 장원은 '감의 색깔, 저녁놀의 색깔'이라는 제목으로 한국의 가을풍경을 멋지게 묘사한 일본인 다케이시 마이코(武石麻未子·28)씨가 차지했다.

/최지향기자 mis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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