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언소' '늙은 도둑 이야기' '돼지사냥' 등 대학로 히트작을 잇달아 내놓은 극단 차이무가 또 한 번 안타를 날릴 모양이다. 동숭아트센터 소극장에서 공연 중인 '거기'(코너 맥퍼슨 원작, 이상우 연출)에 관객이 미어터진다. 폭소부터 미소까지 객석의 웃음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푸근한 감동의 온기가 감돈다.원작의 배경인 아일랜드 서해안 시골 마을을 한국의 동해안 시골마을로 옮겨 강원도 사투리로 공연 중이다. 철 지난 바닷가 카페에 모인 동네 노총각들과 서울에서 이사 온 여자가 이런 저런 사는 얘기를 나누다 귀신 얘기에 빠져든다. 죽은 사람들에 대한 추억이 묻어나는 그 대화는 사랑하는 딸을 잃은 여인과 첫사랑을 못 잊는 한 노총각의 가슴 아픈 사연으로 이어진다. 술에 취해 다들 카페를 떠나고, 캄캄한 무대 전면 푸르스름한 창 너머로 별똥별이 떨어지면서 공연이 끝난다.
특별할 것 없는 귀신 이야기에 사라진 것들에 대한 그리움, 살아있음의 기쁨과 고통이 녹아들어 잔잔한 물결처럼 가슴을 적신다. 감칠 맛 나는 사투리 억양과 배우들의 자연스런 연기 앙상블이 보는 재미를 더한다. 출연 정원중 이대연 민복기 오용 등. 11월 3일까지. (02)762―0010
/오미환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