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후3시 성산대교 방면 내부순환로 정릉터널 앞. 1차선 옆에 마련된 안전지대에 차량 3∼4대가 비상등을 켠 채 서 있다. 잠시 후 눈치를 보던 선두 트럭 1대가 갑자기 조립식 중앙분리대 틈 사이로 빠르게 불법유턴을 하자 나머지 차량들도 뒤를 따랐다. 반대편에서 터널을 빠져 나와 속력을 내던 차량들이 이들을 발견하고 급정거했다. 보기만 해도 아찔하지만 단속은 없다. 정릉터널 앞 안전지대는 원래 비상 주차공간과 응급차량의 비상 유턴을 위해 마련된 장소. 하지만 성산대교 방면에는 정릉동으로 빠지는 진출 램프가 없어 반대편 정릉 진출 램프로 빠져 나가기 위해 차들이 불법 유턴을 감행하면서 안전지대가 악용되고 있다.자영업을 하는 김모(41·성북구 정릉3동)씨는 "월곡과 홍은 진출 램프는 상습 정체 구역으로 이어져 불법 유턴을 안하면 1시간 가량이 더 걸리는데 누가 (불법유턴을) 마다하겠느냐"며 "10여㎞나 되는 구간에 진출 램프 하나 없는 게 문제"라고 불평했다.
김씨의 말처럼 정릉 터널에서 홍지문 터널에 들어서자 시속 80㎞로 달리던 차들의 속도가 20㎞ 미만으로 떨어졌다. 출퇴근 시간이 아닌데도 홍은 진출 램프는 홍지문 터널 안부터 밀리기 시작한 차들로 꽉 막혀 있다. 운전자들은 "제 속도를 유지하며 달리는 반대편 차선의 차들을 보면서 불법 유턴의 유혹을 이기지 못한다"고 말했다.
오후3시30분 단속 경찰관들이 안전지대에 나타났다. 1시간 전만 해도 계속되던 불법 유턴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얼마 후 택시 1대가 안전지대 쪽에 차를 세우더니 경찰관에게 "길을 잘못 들었으니 한번만 봐달라"고 사정을 한다. 경찰이 단호하게 거절하자 승객까지 "다들 (불법 유턴을) 하는데"라고 거들며 실랑이를 계속 했다. 결국 터널 안으로 들어간 택시는 얼마 지나지 않아 비웃기라도 하듯 반대편에 모습을 드러냈다.
단속이 없는 홍지문 터널 앞 안전지대에서 불법 유턴을 한 것이다.
단속 경찰관은 "불법 유턴이 수시로 이루어지는 건 알고 있지만 하루종일 지켜볼 수도 없는 노릇"이라며 "진출 램프 설치 전까진 뾰족한 방법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오후4시30분 단속 경찰관이 사라지자 기다렸다는 듯 다시 불법 유턴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반대편 차들이 경적을 울려보지만 소용이 없다. 회사원 이민철(34·성북구 종암동)씨는 "야간에 불법 유턴을 하는 차를 피하느라 사고를 낼 뻔한 적도 있다"며 "진출 램프 설치가 어렵다면 일단 터널 앞의 터진 중앙분리대를 막고, 응급 차량의 경우만 터널 윗길에서 통제해 유턴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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