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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록](1)시리즈를 시작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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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록](1)시리즈를 시작하며

입력
2002.10.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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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이 살아나고 있다. 5일 밤 제6회 버드록 페스티벌이 열린 여의도 광장. 수천명의 젊은이들은 음악에 흠뻑 젖었다. 제법 굵은 빗줄기가 내리는데도 자리를 뜰 줄 모르고 커다란 스피커를 타고 울려 나오는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고 무대 위 로커의 말에 환호성을 질러냈다. 무리에서 자발적인 즐거움, 뜨거운 열기가 번져 나왔다. 같은 시각 제4회 쌈지 사운드 페스티벌이 열린 성균관대 대운동장도 마찬가지. 버드록 페스티벌을 기획한 박채진씨는 "음악 하나 듣겠다고 비가 쏟아지는데도 3,000여명 가까이 모인 것은 한국 록이 살아나고 있다는 고무적인 증거"라고 말했다.

록이 더 이상 소수의 음악이 아니라는 것은 무엇보다 음반 판매량이 입증한다. 최악으로 떨어졌다는 시장이지만 일부 록 밴드들은 불황을 모른다. 윤도현밴드의 실황음반 '라이브 2'가 20만장이 훌쩍 넘는 대박을 낸 데 이어 자우림 4집도 한 달 만에 18만장을 넘어섰다. 그보다 더 놀라운 것은 홍대 앞 클럽 출신인 롤러코스터와 체리필터의 성공. 롤러코스터는 어렵다는 소리를 들을 법한 새로운 음악으로 10만장을 넘어섰고 체리필터 역시 조유진의 파워 보컬을 앞세운 '낭만 고양이'로 단기간에 10만장을 돌파했다. '낭만 고양이'는 TV 순위 프로그램에서도 10위 안에 들어있다.

록의 주요 소비층은 대학생을 중심으로 한 20대. 그리고 10대 중 음악을 듣는다고 자처하는 일부다. 불과 1,2년 전만 해도 TV에서 볼 수 있는 인기 댄스그룹이 대세였던 대학가 축제는 이제 윤도현밴드 크라잉넛 레이지본 자우림 롤러코스터 불독맨션 타카피 등 록 밴드가 주를 이룬다. 이날 두 페스티벌에 참가한 팀도 이들 외에 트랜스픽션 비갠후 크래시 서브웨이 예례미 등 30팀 가까이 된다.

왜 지금 록인가. 전문가들은 댄스 음악, 보는 음악에 소비자들이 식상한 것을 첫째로 꼽는다. 그리고 이제야 한국 가요계도 정상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말한다. 세계 대부분의 나라에서 록은 음악시장에서 가장 인기있는 분야이다. 대중음악평론가 송기철씨는 "록이 음악의 중심인 나라에서는 록 밴드의 본령인 라이브와 앨범이 저절로 잘 될 수 밖에 없다"고 말한다. 일본만 해도 우리처럼 방송 위주로 활동하는 아이돌 스타가 있지만 록 밴드와는 완전히 시장이 나뉘어져 공생한다. 크라잉넛의 매니저 이희권 실장은 록 이데올로기를 원인으로 든다. "유신정권 이래 록은 위험한 음악으로 규정되고 기피되었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면서 젊음 자유 반항 등 록 본연의 정신이 공감대를 얻고 있다"고 말한다. 아울러 5, 6월 월드컵 거리 공연이 젊은이들로 하여금 다른 음악에서는 불가능한, 수십만 인파를 들썩이게 하는 록만의 힘과 매력에 눈을 뜨게 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렇다면 한국의 록은 어떻게 여기까지 흘러 왔을까. 이를 알아보기 위해 한국 록 음악사를 빛낸 14개팀을 골라 매주 한 팀씩 시대순으로 만나본다. 그들의 음악과 활동을 통해 한국 록의 주요한 흐름을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팀 선정은 강헌 임진모 김종휘 송기철씨등 평론가 4명과 기자가 각각 15팀을 뽑아 다득점 순으로 했다. 음악적 업적도 중요하지만 당대의 흐름을 대표하는가를 우선적으로 고려했다. 이제는 한국의 록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볼 때다.

/김지영기자 koshaq@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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