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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개혁성공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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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개혁성공의 조건

입력
2002.10.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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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은 그 공급과 수요 측면에서의 조건이 맞아 떨어질 때 성공할 수 있다. 먼저 개혁의 공급 측면을 살펴보자. 개혁의 공급자는 누구인가. 개혁의 구체적인 그림을 그리고 대안들을 수립하고 그것을 실천해 가는 개혁추진 그룹이다. 개혁추진 그룹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그들이 어떠한 어려움에 직면하더라도 그것을 헤쳐나갈 현실에 기초한 단호한 각오와 사명감을 갖는 것이다. 그들이 그러한 각오와 사명감을 갖기 위해서는 다음 두 가지를 명심해야 한다.첫째, 개혁은 혁명보다 어렵다는 사실이다. 언뜻 보면 목숨을 걸어야 하고 수많은 인명의 살상이 수반되는 혁명이 개혁보다 훨씬 어려워 보인다. 그러나 성공 여부의 관점에서 볼 때 개혁은 혁명보다 어려운 것이다. 혁명은 단시간 내에 그 승패가 갈리는 단기적인 싸움이지만 개혁은 장기간에 걸쳐 수많은 반대 세력들과 장애 요인들을 극복해 나가야만 성공할 수 있기 때문에 시간과 노력, 비용 측면에서도 엄청난 대가를 필요로 한다. 어떤 역사학자가 얘기한 바 있다. '우리 역사에 성공한 혁명(주로 군사혁명)은 있어도 성공한 개혁은 없다'고. 우리 역사뿐 아니라 다른 나라의 역사를 보아도 개혁은 혁명보다 어렵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둘째, 나라를 위해서 어려운 개혁 작업에 뛰어 들었다면 그 일에 대해서 현실적인 보상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 마키아벨리가 얘기한 적이 있다. '개혁으로부터 엄청나게 이득을 챙긴 사람은 결코 그 이득을 얘기하거나 개혁자를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 그러나 개혁으로 인해 조금이라도 손해를 본 사람은 소리 높여 개혁자를 비난한다'고. 이것은 인간 세상의 어쩔 수 없는 냉엄한 현실이다. 진정한 개혁자라면 이 냉엄함을 현실로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 된다. 특히 이러한 관점에서 개혁추진 그룹이 단호한 각오와 사명감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다음으로 개혁의 수요 측면을 살펴보자. 개혁의 수요자는 누구인가. 개혁을 기대하고 또 그 결과에 따라서 손익을 보게 되는 일반 국민이다. 1998년 초 정부조직개편위원회에서 일한 적이 있었다. 그때 위원들이 다음과 같은 또 다른 마키아벨리의 명언을 자주 거론했다. '사람은 자기 아버지를 죽인 원수는 용서할 수 있어도 자기 돈을 빼앗아간 사람은 용서할 수 없다.' 이 말은 동양사회의 우리에게 다소 거북하게 들릴지 모르나 인간의 본성을 예리하게 지적한 것이라 생각된다. 그때 우리는 사람들이 그만큼 돈을 중요시한다는 의미를 살려서 정부개혁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돈, 즉 예산의 힘이 필요하다는 차원에서 정부개혁 기능과 예산 기능을 통합하는 기획예산처를 신설했던 것이다.

그 후 얼마 지나서 그 명언이 개혁 성공의 수요 측면에서의 조건으로서 새롭고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는 것을 영국의 어느 개혁 전문가로부터 배웠다.

그는 얘기했다. 정부에서의 비효율과 낭비는 국민이 피땀 흘려서 낸 세금이 낭비되는 것이고 그것은 결국 자기 돈을 빼앗긴 것과 같다. 그래서 그는 '언제 개혁 성공의 날이 올 것인가'의 수요 측면에서의 답을 다음과 같이 제시하였다. '그 날은 국민이 정부에서의 비효율과 낭비를 자기 돈이 빼앗긴 것처럼 여기고 마키아벨리의 말처럼 그것을 자기 아버지를 죽인 원수보다 미워할 수 있을 때 올 수 있다'고. 우리가 자주 쓰는 말, 혈세(血稅)의 의미가 '피를 쏟으며 내는 세금'이라는 뜻임을 되새길 때 이 수요 조건의 의미는 더욱 절실해진다.

새로운 정부, 새로운 최고통치자를 선택할 대선이 70일로 다가왔다. 각 후보 진영에서 개혁의 구체적인 대안을 만드는 개혁추진 그룹의 명단이 발표되고 공약과 개혁의 대안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우리가 후진의 가죽을 바꾸고 자랑스런 선진의 면모를 갖추기 위한 정치 경제 사회 전반의 개혁이 이번에는 기필코 성공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이계식 KDI 국제정책대학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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