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빈(楊斌) 북한 신의주 특별행정구 장관에 대한 중국 당국의 처리 방향은 중국과 북한간 정치적 조율로 가닥 잡힐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楊 장관의 앞날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신흥 재벌의 부패 행각을 보다 못해 중국 당국이 서슬퍼런 칼을 꺼내든 상황에서 楊 장관의 사업 기반인 어우야(歐亞) 그룹은 부도와 조직 와해의 위기에 몰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가 석방된다 하더라도 신뢰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어 특구 장관직을 계속 수행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7일 AP, AFP 통신 등 주요 외신들은 楊 장관이 중국 공산당과 공안부 요원들로부터 4일째 강도 높은 조사를 받고 있지만 행적은 전혀 알려지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한 중국 소식통은 楊 장관이 이날 베이징(北京)으로 전격 송환됐다고 전해 사태가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음을 시사했다.
중국 당국의 조사는 楊 장관의 초법적 기업 활동이 권력형 비리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점에도 초점이 맞춰진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 신문들은 그가 연고주의와 권력형 축재의 온상이 되고 있는 태자당(太子黨·고위층 자제들)과의 관련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와 관련, 한 소식통은 楊 장관이 최고위층인 K씨의 아들과 친분이 두텁다고 말해 연루설을 뒷받침했다.
楊 장관에 대한 중국의 강경 태도는 결국 공산당 전당대회격인 16차 전국대표대회(16전대)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자본가들의 입당을 내건 16전대에 대해 극도의 거부 반응을 보이는 보수파를 달래기 위해 부패 재벌의 상징처럼 비쳐지던 楊 장관을 희생양으로 단죄할지 모른다는 분석이다. 신병처리가 결코 쉽지 않을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그를 중국 2대 갑부로 끌어올렸던 사업 기반은 붕괴 위기에 처해 있다. 선양(瀋陽) 네덜란드촌 관계자는 1조원 가까운 돈을 쏟아부어야 할 네덜란드촌 개발 사업이 분양 부진으로 연말 부도날 가능성이 90% 이상이라고 털어놓았다. 일부에서는 楊 장관이 과거 북한에 기부한 2,000만 달러도 어우야 그룹의 자금난을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꼽는다.
어우야 그룹은 핵심 중역들의 잇단 퇴진으로 경영 공백 상태다. 어우야 그룹은 7일 얀추앙(閻闖) 재무담당 부총재와 황한썬(黃漢森) 이사가 일신상의 이유로 사직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에 앞서 천쥔(陳軍) 사장도 이미 지난달 회사를 떠난 상태다. 홍콩 증시에 상장된 모회사격인 어우야농업의 주식은 공시의무 위반과 주가폭락으로 거래마저 정지돼 있다.
/베이징=송대수특파원 dssong@hk.co.kr
김병주기자 bj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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