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미국은 조지 W 부시 정부 출범 이후 가진 첫 고위급 회담에서 핵과 미사일 등 안보 현안에 대해 입장차를 조금도 좁히지 못한 것으로 7일 드러났다.제임스 켈리 미 국무부 동아태담당 차관보는 워싱턴 귀환에 앞서 일본 정부에 방북 결과를 설명하면서 "솔직한 대화가 오갔지만 진전을 보지 못했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미·일 외교소식통들과 언론에 따르면 미국은 회담에서 대량살상무기(WMD), 미사일 개발 및 수출, 재래식 전력의 위협, 인권 침해, 인도주의적 문제 등 5개항의 우려사항을 전달한 뒤 핵 사찰 조기 수용을 강력히 요구했으나 북한은 경수로 건설 지연에 따른 보상 주장을 반복했다.
결국 미국측은 부시 정부 출범후 새로운 잣대를, 북한측은 클린턴 전 정부 당시 북미교섭의 틀을 그대로 내세웠을 뿐 새로운 협상카드를 제시하지 않은 셈이다.
미국은 핵사찰에 3∼4년이 걸리므로 제네바 합의에 따라 경수로 핵심 부품의 인도(2005년 5월 예상) 전에 핵 투명성이 확보되기 위해서 당장 사찰이 개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핵 관련 국제 합의 준수' 원칙을 밝히면서도 핵 사찰은 3∼4개월이면 충분하므로 2005년 초에 가서 받아도 늦지 않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미국은 북한에 대해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 가입 의사를 타진했다. 북한은 그러나 "대테러 관련 국제 협약 12개중 미가입 6개 협약에 대해 가입·비준을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힌 뒤 미국측에 대해 조속한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와 미사일 수출 중단에 따른 금전적 보상을 보장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래식 군사력 문제의 경우 미국은 논의의 우선 순위에 놓지는 않았지만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해 궁극적으로 감축이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반면 북한은 이 문제의 의제화 자체에 반대했다. 정부는 북미 후속회담 개최를 위해 적극적인 중재외교에 나설 방침이지만 양측 입장이 접점을 찾기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따를 전망이다.
/이진동기자 jayd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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