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산에(39)의 본명이 강영걸임을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 자신이 별로 밝히지 않은 탓도 있고, 강산에란 이름이 제법 잘 어울렸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4년 만에 새 음반을 발표하면서 제목을 '강영걸'로 정한 강산에의 심중이 짐작된다. 가수 강산에가 아닌 인간 강영걸을 노래하고 싶은 것이 아닐까.그의 설명은 "돌아가신 아버지와의 유일한 연결 끈을 기념해보고 싶었다"였다. 세 살 무렵 술로 세상을 뜬 아버지는 오직 사진 한 장으로만 남아있다. 실향민인 아버지에 대한 언급은 데뷔작 '라구요'에도 있었지만, 이번 '강영걸'에는 아버지로부터 비롯된 자신의 존재에 대한 생각이 꽤 깊어 보인다. 노래들 역시 지극히 자전적이다.
1998년 '연어' 이후 강산에는 한동안 음악을 멀리 했다. 그의 표현을 빌면 "시간이 멈춰버린 듯한 시간"이었다. 그 사이 대마초로 구속돼 20여일 동안 독방생활을 했고, 광활한 미국의 사막도 여행했다. 머리 속에는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생각 뿐이었다. 그러다 문득 "내가 있어야 할 곳, 해야 할 일은 음악"이라는 생각으로 다시 돌아왔다. 한참 만에 돌아오니 세상도 자신도 많이 변해 있었다.
'연어' 때까지만 해도 남아있던 힘이 거의 남아있지 않다. "나이가 들어 힘이 달리기도 하지만, 처음 스스로 프로듀싱을 하면서 여백의 미를 살리고 싶었다"고 한다. 다양한 소리를 담고 싶었다. 아버지의 고향인 함경도 사투리의 거센 억양을 랩처럼 만든 '명태', 경상도 사투리 몇 마디로 완성한 아프리카 리듬의 '와그라노', 라틴 풍의 '이해와 오해 사이', 소박한 발라드 '지금'까지. '삐딱하게 세상을 보자'거나 '힘찬 연어처럼 씩씩하게 살아가자'는 선동적인 메시지도 없다. '선 트라이브'와 '문 트라이브'는 미국 여행의 느낌을 노래하고, '영걸이의 꿈'은 꿈 속에서 꿈을 꾼 경험으로 만들었다. 꾸밈없는 발라드 '작은 노래'는 아내에 대한 사랑을 담았다.
예전 강산에 노래의 후련함을 기대한다면 실망할지 모른다. 대신 어딘가 낯설고 신기한 곳을 여행하며 느끼는 신선함, 혹은 강영걸이라는 인간에 대한 호기심이 마치 소설을 읽는듯한 색다른 즐거움을 준다. 다른 가수에게서는 기대하기 힘든 미덕이다. 음반 판매는 "다음 음반을 만들 수 있는 기반이 되는 정도"면 족하다. 대신 공연만큼은 사람이 많았으면 한다. 그는 새 노래와 이전 노래들을 반씩 섞어 15일부터 20일까지 제일화재 세실극장에서 공연한다. (02) 3272―2334
/김지영기자 koshaq@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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