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브라질 대선 1차 투표에서 예상대로 루이스 이냐시오 룰라 다 실바(54·일명 룰라) 후보가 압도적인 표차로 1위를 차지했다.하지만 미국 등 국제 사회는 극심한 경제난을 겪고 있는 세계 9위의 경제대국에 들어설 좌파 정권의 여파에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룰라의 당선은 곧 브라질의 사실상 첫 사회주의 정권으로 표현될 만큼 그의 급진적 색채가 강하기 때문이다.
거침없는 개혁 공약으로 빈민층의 절대적 지지를 얻고 있는 그가 과연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금융기관과 원만히 경제 재건을 논의할 수 있겠느냐는 국내외의 의구심을 물리치고 최후의 승자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진짜 노동자 가난한 이민자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땅콩 장사와 구두닦이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정규 수업을 받지 못해 10살이 돼서야 읽는 법을 깨우쳤으며 1960년대 중반에는 철강공장에서 일하다 사고로 왼손 새끼손가락을 잃었다.
운명에 순응하며 살아가던 그가 투사로 변신한 계기는 69년 같은 공장 노동자였던 첫 번째 아내의 죽음이었다. 열악한 노동 환경에서 얻은 결핵으로 죽어가는 아내를 치료비가 없어 지켜봐야만 했던 그는 그 후 본격적으로 노조 활동에 투신했다.
75년 10만 명 규모의 철강노조 위원장으로 당선된 그는 '어용'으로 불리던 노조를 강력한 독립노조로 탈바꿈시켰다.
룰라는 브라질 정통 좌파의 산 역사나 마찬가지다. 30년대 정치권의 주창으로 탄생해 60년대 조아우 굴라르트 대통령을 끝으로 명맥이 끊겼던 기존 좌파 정치세력과 달리 룰라가 80년 노조와 좌파 지식인들의 지지 속에 출범시킨 노동당(PT)은 강한 색채의 정통 사회주의를 주창했다.
세계적으로 사회주의가 몰락하는 와중에서도 노동당은 89, 94, 98년 3차례 대선에서 룰라를 2위에 올려놓으면서 상파울루 등 6개 대도시 시장과 60여 명의 하원의원을 확보해 놀라운 성장세를 보였다.
승부는 지금부터 1차 선거전 막판 지지율 급상승과 기업인 등 일부 중산층의 전례 없는 지지 선언에도 불구하고 룰라의 득표율은 예상했던 과반에는 미치지 못했다. 그만큼 브라질 중산층의 좌파 후보에 대한 불안감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지금까지 반목해오던 집권 연립여당 구성 정당들이 단합해 2위 조제 세하 후보를 지지할 경우 결선 투표 판도는 크게 달라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외신들도 섣부른 전망을 삼가고 있다. 시사주간 타임은 기존의 급진성에서 탈피해 최근 중도적인 노선을 강조하고 있는 룰라의 성공적인 행보를 '브라질의 블레어(영국 총리)'라고 표현하면서도 결선 투표의 최종 결과는 최근 남미 경제를 곤경에 빠뜨린 미국판 세계화 실험의 실패에 대한 민심의 반응에 달렸다고 전망했다.
영국 BBC 방송도 노동당 창당후 20년간 지속적으로 실용주의적 변신을 거듭해 온 룰라의 대중성을 평가하면서도 "집권 후에도 불황이 계속될 경우 그가 과연 지지를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는 지켜볼 일"이라고 지적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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