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신용정보 집중기관인 전국은행연합회와 금융당국이 내년부터 신용불량자뿐 아니라 일반인의 정상적 금융거래 정보까지 강제로 집중하는 방안을 추진, 사생활 침해 시비를 낳고 있다. 은행연합회는 특히 일선 금융기관이 의무적으로 통보하도록 돼 있는 신용불량정보 대상도 현행 3개월 이상의 장기 연체정보에서 5∼10일 단기 연체정보로 대폭 확대한다는 계획이어서 '준(準) 신용불량자'의 양산도 우려된다.은행연합회는 7일 주로 연체자 등의 불량정보를 집중하도록 돼 있는 현행 신용정보 관리규약을 개정, 내년부터는 정상적 금융거래자의 우량정보도 연합회에서 관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연합회는 22개 금융기관 및 협회 대표로 구성된 신용정보협의회의 의결을 통해 최근 이 같은 개정안을 사실상 확정, 금융감독위원회의 추인을 거쳐 내년 2·4분기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연합회는 앞으로 개인 또는 법인 등 모든 금융거래자의 신용카드 사용한도 및 현재 사용잔액 매월 카드사용 금액 카드 유효기간 금융권 잔여 대출원금 최근 거래금액 및 거래일 등을 금융기관들로부터 정기적으로 통보받게 된다. 지금까지 일반 금융거래자에 대한 정보집중 범위는 신용카드 신규 발급이나 해지, 당좌개설 및 해지 등에 국한돼 있었다.
연합회는 또 개인 등이 카드 현금서비스나 금융기관 대출금을 5∼10일만 연체해도 금융기관이 곧바로 연합회에 통보하도록 했다. 예컨대 지금까지는 3개월 이상 연체자에 대한 정보만 받아 이들을 '신용불량자'로 등록했지만 앞으로는 5일만 연체해도 신용불량 위험집단으로 분류,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연합회는 이를 위해 산하에 '단기연체정보 집중을 위한 작업반'을 구성했으며 10일까지 구체적인 시행방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불량신용정보 집중을 전담하는 공공기관이 일반인들의 정상적 금융거래 내역까지 독점할 경우 헌법에 보장된 개인의 사생활 비밀과 자유를 침해하는 것은 물론 악용의 소지가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더욱이 내년부터는 500만원 미만 소액대출 정보 공유제도 등이 시행돼 '소액다중채무자'의 경우 제도권 금융권에선 아예 돈을 빌릴 수조차 없는 신용경색 사태마저 예상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단기 연체자의 상당수는 결제일 착각이나 일시적 잔고부족, 장기부재 등으로 본의 아니게 연체하는 경우"라며 "선의의 연체정보까지 등록해 금융기관이 공유할 경우 '준 신용불량자'의 양산으로 금융혼란이 야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은행연합회측은 "공공기관이 불량정보 뿐만 아니라 정상 신용정보를 관리하는 것은 선진국 추세"라며 "민간 정보회사들이 영리 목적으로 개인 금융정보를 악용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공공기관의 신용정보 집중 범위의 확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변형섭기자 hispe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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