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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TO재협상 고려 감산정책탓/쌀수확 7년來 최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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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TO재협상 고려 감산정책탓/쌀수확 7년來 최저

입력
2002.10.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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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림부가 추정한 올해 쌀 예상 수확량 3,465만석은 냉해가 극심했던 1993년과 1995년을 제외하고 1980년 이래 가장 적은 수확량이다. 1990년대 초까지만 해도 이 정도의 수확량이라면 쌀 수급 부족을 걱정해야 할 상황이다.

그러나 농림부를 비롯한 정부당국자들은 '오히려 조금 더 수확량이 줄었으면' 하는 눈치가 역력하다. 쌀은 이미 만성적인 공급 과잉 상태에 접어들어 정부의 큰 골치거리가 됐기 때문이다.

정부는 올해 쌀 증산 정책을 공식 포기했다. 국내 쌀 소비량은 90년대 중반 이후 식생활 변화로 인해 매년 2∼3%의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쌀 생산량은 97년 이후 정부의 증산 정책에 따라 매년 증가해 왔다. 정부가 추곡 수매를 통해 쌀을 의무적으로 수매함에 따라 농민들이 쌀 생산을 계속 늘려왔기 때문이다. 쌀은 농민들 입장에서는 다른 작물에 비해 가격 하락 가능성이 적은 반면 환금성은 높은 작물로 인식되고 있다.

국내 연간 쌀 소비량은 3,400만석 수준이다. 올해 예상 수확량이 3,465만석으로 확정될 경우라도 65만석의 햅쌀이 재고미로 창고에 쌓이게 된다.

현재 국내에는 1,318만석의 쌀 재고량이 비축돼 있다. 이중 대북 지원용으로 나갈 예정인 280만석을 제외하더라도 우루과이라운드에서 약정한 최소시장접근(MMA) 방식에 따라 125만석을 의무적으로 수입해야 하기 때문에 내년 쌀 재고량은 여전히 1,300만석을 넘을 전망이다. 국제식량농업기구(FAO)가 규정한 국내 적정 쌀 재고량(600만석)의 2배 가량의 재고를 안고 있는 것이다.

2004년 세계무역기구(WTO)와 쌀 수입개방에 대한 재협상을 벌여야 하는 정부로서는 MMA를 감안해 국내 쌀 생산량을 3,300만석 이하로 줄여야 하는 고민이 있다. 올해 쌀 수확량이 줄어든 것도 정부가 올해부터 밭벼 수매를 중단하고 논농업 직불제 대상 작목을 확대하며 논에 타작물 재배 시범사업을 실시하는 등의 쌀 재배 면적을 줄이는 사업을 꾸준히 실시해 왔기 때문에 가능했다. 정부는 내년에도 대체작물 재배를 통해 쌀 재배 면적과 수확량을 줄일 계획이다.

결국 올해 쌀 수확 감소는 작황부진이 아니라 감산정책에 의한 '의도된 흉년'으로, 국내 쌀농업의 중대한 분기점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송영웅기자 hero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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