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저녁으로 소슬바람에 옷깃을 여미지만 출근길 발걸음은 사박거리며 발 밑에 부서질 낙엽에 대한 기대로 설렌다. 가족이나 다정한 연인과 도심 가을길 나들이 계획을 찬찬히 세워보는 것도 가을을 즐기는 좋은 방법이다.1,300그루의 버짐나무가 만들어 내는 8.6㎞의 단풍터널. 나뭇잎 사이로 언뜻언뜻 터지는 가을햇살이 얼굴을 간지럽히는 화랑로(노원구 태릉입구∼삼육대)는 가장 유서 깊은 서울의 가을길이다. 3시간 여 걸리는 길을 따라 걷다 정담(情談)이 떨어질 때쯤이면 분위기와 맛을 겸비한 카페에서 아픈 다리를 잠시 쉴 수 있다. 낙엽으로 우수에 젖은 마음을 아름다운 예술품으로 위로하려면 삼청동길(종로구 동십자각∼삼청공원)을 걸어보자. 동십자각에서 출발한다면 경복궁 맞은편 길이 좋다. 현대화랑 국제화랑 학고재 등 가을전시회가 열리는 갤러리들이 청와대길로 갈라지는 삼거리까지 이어진다. 오전 늦게나 오후 늦게 시작된 나들이길이라면 삼거리를 지나 이어지는 먹거리길에서 점심이나 저녁을 먹을 수 있다.
아내와 함께 라면 전통적인 '연인의 길' 정동길(옛 덕수궁 돌담길)을 걸으며 옛추억을 되밟아도 좋을 것이다. 1차로의 자동차길만 남기고 모두 보도로 변해 옛모습이 크게 바뀌었지만 은행나무의 단풍과 낙엽이 어우러질 때면 추억을 느끼기에 부족하지 않다. 이 길은 평소에도 가로수 그늘과 곳곳에 놓인 벤치로 아늑한 길거리 공원이 되고 있다.
울창한 왕벚나무터널이 형성된 동대문구 장안평 둑방길(사진 위), 은행나무터널의 강동구 상일뒷길(상일IC∼강일동입구)도 호젓한 산책길로 꼽힌다. 또 감나무 모과나무 등 유실수 가로수가 있는 중랑구 중랑천 둑방길, 안양천변로, 강동구 성내로 등에서는 가을의 풍성함을 함께 만끽할 수 있다.
서울시는 7일 단풍·낙엽거리 42곳을 선정했다. 총연장 102㎞. 이들 거리의 낙엽은 일정기간 치워지지 않아 가을정취를 간직한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북한산 단풍은 15일부터 시작돼 28일께 절정에 이른다.
/김동국기자 d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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