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서울증시에서는 은행주들이 일제히 폭락하며 종합주가지수를 끌어내렸다. 은행주의 대장인 국민은행이 외국인들의 집중 매도로 7%넘게 떨어져 4만원마저 붕괴됐고 신한지주와 우리금융도 3∼4% 하락했다. 한국시장 뿐만이 아니다. 미국 일본 유럽 등 세계 주요 증시에서도 은행 주가가 동반 폭락, 투자자들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국내 금융기관의 가계대출 급증에 따른 부실화 우려에다 불확실한 세계 경기전망, 이라크 전쟁 가능성, 남미 경제위기, 일본 부실채권 심화 등 은행주를 둘러싸고 있는 '내우외환'이 증시를 짓누르고 있다.■한미일 증시 동반 폭락
'전염병'처럼 번지는 은행주의 수난은 미국 뉴욕증시에서 시작됐다. 지난주말(현지시간 4일) 필라델피아 은행 지수는 2.67%(17.53포인트) 하락한 638.23을 기록, 2000년 초 수준으로 추락했다. 씨티그룹은 1.86% 하락했고 JP모건체이스는 6.13% 급락하며, 1995년 이후 7년래 최저치로 떨어졌다. 미국 금융주 하락은 경기 회복이 더디면서 부도 기업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 회계 스캔들이 불거지며 월드컴, 엔론 등이 파산했고 아르헨티나 디폴트(채무상환 불능)까지 겹치며 회수가 불가능한 채권이 크게 불어났다. 게다가 전쟁 우려감으로 주식 거래가 줄면서 실적이 나빠졌고, 브라질 등 남미 경제위기는 충당금 추가 적립 압박과 손실 확대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
닛케이 지수 8,700선이 붕괴된 일본에서도 정부의 부실채권 처리가 경제에 큰 충격을 줄 것이라는 우려로 은행주들이 동반 하락했다. 세계최대의 금융그룹 미즈호 홀딩스가 7.8%나 급락했고, 미쓰비시·도쿄 파이낸셜그룹과 스미토모·미쓰이은행도 각각 7.5%와 9%나 떨어졌다. 일본 정부가 4대 은행도 파산처리 될 수 있다고 경고한데다 은행이 부실채권 처리에 속도를 낼 경우, 대출 기준을 강화하게 되고, 이는 재무 구조가 취약한 건설사와 소매업체 등 부실 기업의 도산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국내 은행주 보약될까
국내 은행주들은 최근 카드 및 가계대출 연체율 상승 악재로 상당부분 조정을 받은 상태에서 이 같은 해외 악재까지 겹치며 추가 하락하고 있다.
LG투자증권 이준재 연구위원은 "가계 대출 부실과 신용경색 우려 등 국내 악재는 이미 주가에 충분히 반영돼 있으나 해외 변수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 미지수"라며 "불안한 내외 여건이 단기간에 해결되기는 어려운 만큼, 은행주가 반등 모멘텀을 찾기까지는 상당한 기간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의 주가하락이 기업가치에 비해 과다한 만큼, '보약'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KGI증권 심재엽 연구원은 "은행주들이 펀더멘털보다는 해외악재로 인한 외국인 매도 등 수급불안에 시달리고 있다"며 "은행업계의 올해 순이익은 2001년보다 35.8%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국민은행의 경우 5만원 이하에서 이미 가격메리트가 발생해 과매도권에 들어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김호섭기자 dre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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