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몸의 세포는 매일 수 조개가 생성되고 정확히 그만큼 죽는다. 이러한 '세포의 사멸'이 유전적으로 프로그래밍 돼 있다는 점을 규명한 것이 올해 노벨의학상 수상자들의 공로다.세포의 사멸은 뱃속 태아의 경우, 손가락이 생길 때 덩어리처럼 생긴 손에서 사이사이 세포가 '자살'하면서 다섯 개로 나뉘는 것에서 볼 수 있다. 세포 사멸은 하나의 수정란 세포가 혈액, 근육, 신경세포 등 수백가지 다른 조직의 세포로 분화, 발달하는 과정에서도 일정하게 일어난다. 수상자들은 이러한 세포 사멸이 한 세트의 유전자군에 의해 제어되고 있다는 점을 밝힌 것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의 시드니 브레너는 미 캘리포니아주 버클리 분자과학연구소 연구원으로 활동하면서 꼬마 선충(C. elegance)을 이러한 연구의 표본으로 삼아 나중에 인간에게도 적용될 수 있도록 했다. 존 설스턴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는 세포 사멸에 참여하는 유전자의 돌연변이를 처음으로 발견했다. 설스턴 교수는 전 생거연구소 소장으로 영국측 인간게놈프로젝트를 총괄했다. 로버트 호비츠 미 MIT 교수는 세포 사멸을 제어하는 핵심 유전자들을 발견, 상호작용을 밝혔다.
이 연구는 주요한 질병 원인을 밝히는 데 크게 기여했다. 예컨대 에이즈는 세포 사멸이 과다해서 생기는 병이고, 류머티즘 같은 자가면역질환이나 암은 세포 사멸이 적절히 이루어지지 않아서 생기는 질병이다. 울산대 의대 서울아산병원 황온유(黃溫裕·생화학과) 교수는 "세포 자살에 대한 연구를 바탕으로 이를 조작하는 것이 가능하다면 암, 치매, 파킨슨병에 대한 획기적인 치료가 가능하다"고 의미를 설명했다.
/김희원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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