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대통령후보가 7일 4억 달러 대북 비밀 지원설에 대한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직접 해명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 후보는 이날 고위선거대책회의에서 "대북 뒷거래설이 나라의 존립 기초를 흔들고 있는 만큼 대통령이 해명하고 사실을 밝힐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그동안 혹시라도 대북 비밀 지원설이 사실과 다를 경우 불어 닥칠 역풍을 의식해 말을 아꼈던 이 후보가 전면에 나선 것은 현대를 통한 정권과 북한의 뒷거래 심증을 굳혔다는 뜻이다. 막연한 진실 규명이 아닌 대통령의 해명을 직설적으로 요구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따라서 한나라당은 남은 대선 기간 내내 이 문제를 핵심 표적으로 삼을 가능성이 크다.
한나라당은 10일부터 시작되는 대정부 질문과 상임위, 새해 예산안 심의 등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관련 의혹을 제기하는 한편 이날 요구서를 접수시킨 국정조사와 특검제를 통해 진상을 밝힌다는 전략이다.
한나라당은 진상 규명이 검찰 손에 넘어가는 상황에도 대비하고 있다. 민주당이 국정조사와 특검제를 극력 저지, 단독 강행마저 어려워지면 의혹 연루자를 검찰에 고발할 방침이다. 한 당직자는 "업무상 배임혐의 등으로 당장이라도 고발할 수 있다"며 "다만 검찰 중립성에 대한 의구심 때문에 우선은 국회 차원의 대응에 주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민주당은 한나라당의 국정조사 요구 자체를 '부당한 정치공세'로 간주, 일절 협조하지 않고 무산시킬 방침이다. 정균환(鄭均桓) 총무는 "구체적 증거도 없이 설(說)만 가지고 국정조사를 할 수는 없다"고 못박았다. 정 총무는 "국정조사를 해도 진실은 밝혀지지 않고 한나라당의 정치 공세로 새로운 논쟁만 부를 가능성이 크다"며 협조 불가 방침을 강조했다.
이낙연(李洛淵) 대변인은 "현대상선의 대주주로 직접 당사자인 정몽헌(鄭夢憲)씨가 대북지원설을 부인했는데도 국정조사를 하겠다니 정치공세로 의혹을 부풀리겠다는 의도 외에 아무 것도 아니다"고 공박했다. 그는 "정씨가 귀국하는 대로 국회에서 증언하겠다고 한 만큼 그의 증언을 듣고 금감원과 감사원의 조사·감사 결과를 지켜보는 것이 순리"라고 말했다.
/신효섭기자 hsshin@hk.co.kr
유성식기자 ssy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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