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아침부터 비가 계속되자 소프트볼 준결승, 결승경기가 열릴 예정이었던 구덕야구장에서는 오전 11시 긴급 회의가 소집됐다.아시아연맹서 파견된 기술위원 1명, 심판장 1명, 각국 소프트볼협회서 온 감독관 5명과 일본 중국 대만 등 메달색깔을 다툴 3개국 대표가 모인 이 자리서 금메달은 일본, 결승진출전을 치를 대만과 중국은 공동은메달을 수상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이는 경기기술규정상 악천후 등으로 경기가 종료되지 않을 경우 싱글라운드로빈에서 얻은 성적을 갖고 등위를 결정할 수 있다는 규정에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예선리그전서 1등으로 결승에 선착한 일본이 금메달, 결승진출전 상대인 대만 중국이 공동은메달을 수상하는 것으로 결정을 한 것이다.
일본은 실력상 금메달이 확실하니 불만이 없고 대만 중국도 어차피 은메달싸움을 벌여야 하는 마당인데 은메달을 공동으로 수상하니 나쁠 것이 없었다. 하지만 폭풍이 몰아치는 것도 아닌데 조직위는 왜 결승진출전, 결승전을 하루 연기해 정정당당하게 순위를 가리려는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해답은 돈 때문이었다. 조직위가 그 같은 규정을 들고 나와 순위를 결정한 근본적인 이유는 선수단 이동과 숙식비 부담, 23명중 절반가량 되는 외국인심판들의 숙식비 항공료 등이 고스란히 추가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이었다.
조직위의 한 관계자는 "일정이 하루 밀리면 여러 선수단도 일정을 다시 조정해야 해 혼란이 일 것을 우려했다. 그러나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역시 조직위가 부담해야 할 추가 비용문제였다"라고 실토했다. 조직위는 당장 눈앞의 비용 때문에 소프트볼 금메달을 편의적으로 결정, 스스로의 권위에 먹칠을 하고 만 것이다.
/부산=이범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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