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중국이 양빈(楊斌) 신의주 특별 행정구 초대 장관의 가택연금을 둘러싼 첨예한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물밑 접촉을 시작했다. 하지만 楊 장관에 대한 중국의 연행조사와 연금조치는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의 자존심과 북한 당국의 신뢰도에 치명적 상처를 입힌 만큼 갈등 해소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신의주 특구 개발도 당분간 표류할 가능성이 크다.楊 장관 연금에 대한 북한의 반발은 전반적인 북중 관계를 해칠 정도로 '위험수위'에 육박한 듯하다. 홍콩 신문들은 북한이 5일 중국 외교부로 두 차례나 외교관을 보내 사전 통고 없이 북한 부총리급 인사인 楊 장관을 연행한 데 대해 항의했다고 전하면서 "김 위원장이 이번 사건에 놀라움을 표시했다"고 보도했다.
북측 반발의 심각성은 고위급 인사를 곧 베이징(北京)에 파견하고 중국도 사건 발생 다음날인 5일 부부장(차관)급 인사를 부랴부랴 평양으로 보낸 데서도읽을 수 있다. 중국측 특사는 楊 장관 연행이 전적으로 중국 실정법 위반 조사 차원에서 이뤄진 것임을 강조했지만 북측의 양해를 얻는 데에는 실패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래서 양측이 냉각기를 거쳐 양형섭(楊亨燮)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부위원장을 단장으로 한 북한 최고인민회의 대표단이 방중하는 15일 전후로 갈등 봉합을 시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북중 간의 갈등 해소가 쉽지 않으리라는 전망의 가장 큰 근거는 신의주 개발계획 및 楊 장관 신상에 대한 중국측의 불만이 상당히 포괄적이라는 데 있다. 중국은 신의주 특구 개발과 특구 장관 임명에 대해 자신들과 협의하지 않은 북측의 '독자노선'에 대해 노골적인 불만을 표시할 것이 분명하다. 이에 북한은 중국측 대응이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비토권' 행사 즉 내정간섭으로 비쳐지고 있다는 점을 의식할 수밖에 없어 물러설 곳이 마땅치 않다.
하지만 종국적으로 이번 갈등은 신의주 개발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중국의 위상을 북한이 인정하고, 중국은 상처 입은 북한의 자존심을 어루만지면서 해소될 가능성이 크다. 중국이 楊 장관 구속 등의 극단적인 조치를 배제하고, 북한이 楊 장관 임명과 신의주 개발 계획 일부를 재고하는 수순이 그것이다. 베이징의 한 소식통은 "김 위원장 주도의 신의주 개발에 북한 군부 등이 반발한다는 설이 나돈다"며 "북한 내부 동향도 북중 갈등의 주요변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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