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야 마음의 짐을 덜어 홀가분합니다." 부산아시안게임 한국볼링대표팀의 차미정(33·여·대전시청)이 4년전 방콕아시안게임의 비운을 딛고 금메달의 한을 풀었다.차미정은 김수경(천안시청) 김여진(서울시시설관리공단)과 한 조를 이뤄 6일 부산 아시아드볼링장에서 열린 여자 3인조 경기에서 18게임 합계 3,805점을 얻어 대만(3,796점)을 제치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무서운 집중력으로 스트라이크 행진을 펼쳐 아시안게임 첫 금메달을 딴 차미정은 방콕대회에서 다잡았던 2인조 금메달을 놓쳤을 뿐 아니라 개인전에서도 메달을 뺏긴 비운의 볼러다.
차미정은 당시 개인전에서 3위에 입상했지만 특정 국가가 메달 3개를 독식할 수 없다는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의 결정에 따라 동메달을 반납해야 했다. 그는 당시 OCA가 최종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바람에 급속도로 컨디션 난조에 빠졌다.
한국의 가장 확실한 금맥으로 여겼던 3인조, 5인조는 차미정의 부진으로 은메달에 머물렀다. 3위 상장은 받았지만 메달은 4위가 가져간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 그를 4년뒤의 '복수'를 다짐하며 이를 악물게 만들었다.
대학(충남대 경제학과) 졸업 후 직장을 잡지 못해 방황하던 차미정은 우연히 동네 볼링장에 들러 스트레스를 풀다가 볼링에 입문한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이다. 볼만 굴리면 신기하게 스트라이크가 나는 재미에 흠뻑 빠져 뒤늦게 볼러로 변신한 그는 천부적인 재능으로 짧은시간안에 정상급 선수로 발돋움했다. 선수등록 후 2년만인 94년 국내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현대성우에 입단했고 97년 대전시청으로 옮긴 뒤에는 국가대표로 발탁돼 방콕아시안게임에 출전했다.
2000년 세계선수권 5인조 금메달을 딸 때 퍼펙트게임을 기록하기도 한 차미정은 이번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어렵게 태극마크를 달았다. 6월 아시안게임 대표 최종선발전에서 대표팀 최고참 김희순(34)이 발 부상으로 잠시 이탈하는 바람에 임시 대표로 뽑혔다. 대표선수로 재선발된 후 아시아선수권 2인조와 마스터스 정상에 오르며 개인종합에서 은메달까지 따 다시 주전자리를 꿰찼다.
박창해 대표팀 코치는 "레인 변화에 대처하는 능력이 탁월하고 승부욕이 강한 차미정은 처음에 꼬이면 좀처럼 헤어나지 못하는 게 단점이었다. 하지만 마인드컨트롤로 이런 문제점을 보완했다"고 말했다. 차미정은 "방콕 때 일은 이제 잊었다"며 "연습할 때는 타이밍 잡기가 힘들었지만 경기를 하면서 감각이 완전히 살아나 자신감이 생겼다"고 밝혔다.
/부산=아시안게임특별취재단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