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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0억 행방진실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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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0억 행방진실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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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10.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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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상선의 4,000억원 대출금의 대북 송금의혹으로 뜨겁게 달궈졌던 국회 국정감사가 의혹의 실체를 규명하지 못한 채 끝나 대북지원 공방이 2라운드로 접어들게 됐다. 국감에서 쏟아진 정황 증거와 증언을 미뤄볼 때 4,000억원은 외압에 의한 특혜대출일 가능성이 높다. 또 현대상선에 대한 산업은행의 비밀스런 지원이 어떤 식으로든 북한과 밀접히 연관됐을 것이라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4,000억원 행방과 관련해서는 정부의 대북 송금용 현대아산의 대북사업용 현대그룹 지원용 등 세가지 시나리오로 압축은 되고 있지만, 어느 하나 결정적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채 의혹만 가중되고 있다.■청와대 외압 의한 특혜대출 가능성

우선 산은의 대출 자체가 '외압에 의한 특혜성'이라는 의혹이 신빙성을 얻고 있다. 대출신청서에 김충식(金忠植) 전 현대상선 사장의 서명이 빠져있고, 여신심사위원회도 열지 않는 등 대출 절차가 허점 투성인 점을 고려하면, 엄낙용(嚴洛鎔) 전 산은 총재 말대로 '통념상 이해하기 힘든 대출'임은 분명하다. 더욱이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도 대출 사실을 몰랐던 상태에서 이기호(李起浩)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이 전 수석은 엄 전 총재에게 "알아서 처리할 테니 걱정마라"고 했다)으로 드러났고 엄 전 총재가 외압의 진원지로 한광옥(韓光玉) 전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목하면서 외압설 의혹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또 산은이 지원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가 북한과 관련됐을 거라는 추정에도 무게가 실리고 있다. 당시 김충식 전 사장이 "금강산사업으로 손실이 많다. 정부가 도와달라"고 요로에 진정을 했던 것으로 확인됐고, 엄 전 총재도 김보현 국정원 3차장을 만난 이유에 대해 "현대상선이 금강산사업에 참여하고 있었기 때문에 국정원에 알려줄 필요가 있었다"고 답변한 것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그러나 한광옥 전 실장이나 이근영 금감위원장 등 당사자들은 이를 모두 부인하고 있다.

■시나리오1. 정부의 대북 송금용

첫번째 가능한 시나리오는 6월13일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정부가 회담 성사를 위한 '뒷돈'으로 외화거래가 빈번한 현대상선을 창구로 이용했을 가능성. "정부가 썼으니, 정부가 갚아라"고 했다는 김 전 사장의 발언은 이 같은 의혹에 심증을 가게 한다. 또 자기앞수표 64장으로 일시에 인출돼 급박한 용도의 돈세탁 목적일 수 있다는 점 외압 진원지로 청와대가 거론된다는 점 등도 직접적인 연결고리는 못되지만, 방증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아직 야당의 주장일 뿐 직접적인 증거는 아무 것도 없다. '청와대의 은밀한 지시=정부의 대북 송금용'이라는 논리도 설득력이 약하다. 특히 엄 전 총재가 '4,000억원이 북한으로 넘어갔느냐'는 질문에 "그렇게 말한 적은 없다. 다만 당시 현대에서 북으로 많은 현찰이 넘어가고 있는데, 현대에 대한 자금대출이 무질서한 것을 걱정했다"는 답변도 곱씹어 봐야 할 대목이다.

■시나리오2. 현대아산의 대북사업용

현대아산의 금강산관광사업 관련 대북 송금용이나, 금강산사업관련 사업자금으로 사용됐을 가능성도 있다. 당시 현대아산의 누적손실로 금강산사업 자체가 기로에 있었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현대아산은 5월26일 계열사로부터 1,400억원 증자를 받았지만, 6개월만에 다 까먹었고, 산은 대출(6월7일) 직전 통일부에 남북경협자금을 요청했지만, 대기업 계열에 지원할 수 없다는 규정 때문에 거절당했다. 박상배(朴相培) 산은 부총재의 "김충식 전 사장이 6월말 4,000억원 만기때 경협자금 얘기를 꺼내며, 갚기 억울하다고 말했다"는 발언과 이근영 금감위원장의 "현대가 대북 사업을 볼모로 무리한 요구를 많이 했다"는 발언도 이 같은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금강산사업을 중단할 수 없었던 정부가 경협자금을 대신해 대북사업자금을 지원했을 수 있다는 것. 그러나 이 주장은 현대아산의 2000년 사업보고서에 계열사 차입금이 안 나오며 현대아산이 계열사 증자를 받았던 직후였기 때문에 대북사업 지원자금치고는 4,000억원이 너무 많다는 데 대해서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시나리오3. 현대그룹 지원용

세번째 가능성은 자금난이 심각했던 현대가 정부에 대북사업 손실보전을 요청하자, 정부가 산은을 통해 지원하고 현대는 이를 계열사 유동성위기 진화, 계열분리에 따른 지분정리 등 다용도로 사용했을 수 있다는 시나리오. 이번 국감에서 6월7일 인출된 4,000억원 중 1,000억원이 교보증권을 통해 현대건설 기업어음(CP)를 매입하는 데 사용됐음이 확인됐다. 현대상선 핵심관계자도 "말못할 사연은 있지만, 어쨌든 4,000억원은 현대와 관련돼 있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이 역시 김충식 전 사장의 "한푼도 만지지 못했고, 정부가 썼다"는 발언 등을 설명하는데 불충분하다.

마지막으로 두 가지 시나리오가 연결됐을 가능성도 있다. 즉 정부와 현대가 사전논의를 거쳐 대출금의 일부를 '대북용 뒷돈'으로 지원하고, 나머지는 현대그룹이 자체 사용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유병률기자 bryu@hk.co.kr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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