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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시단]태극 무늬 상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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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시단]태극 무늬 상처

입력
2002.10.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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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구 많은 사람들이 움직이고 있는,이 매력적인 유성(遊星),

파블로 네루다 :「아아, 얼마나 밑빠진 토요일이기에!」

이번 월드컵 때 '대-한민국, 짜작-짜작-짝' 얼마나 외쳐댔던지, 신림동 한 대학생은 동네 개들도 '대-한민국, 대-한민국' 짖는다고 정신과에 찾아왔다. 단군 이래 이렇게 잘 놀아본 적이 있었던가. 단군이라도 이마에, 볼때기에 태극 문신 하고 '대-한민국!' 외치며, 엄지와 검지 사이 펼쳐 보였을 것이다. '빠방-빠방-빵' 크락션 울리며 불 밝은 신시(神市)를 싸돌아다녔을 것이다. 시내 중고등학교 급식판도 결단이 났다. 몰려나온 아이들 숟가락 젓가락으로 두들겨댔으니, 우그러진 스텐 급식판처럼 그때 우리 기쁨으로, 함성으로 상처 입었다. 공작새 꼬리처럼, 항공기 날개처럼 한족(韓族)의 가슴에 길이 남을 태극 상처 무늬.

●시인의 말

그런데 무엇 때문에 우리가 그렇게 흥분했는지, 갑자기 생각하니 좀 쑥스럽기도 하고 부끄러워진다. 그러나 어떻든 한판 잘 놀았다는 것은 틀림없다. 어떻든 놀려면 조금은 멋쩍은 짓을 할 각오는 해야 한다.

●약력

1952년 경북 상주 출생 서울대 불문과 졸업 1977년 "문학과 지성"으로 등단 시집 "뒹구는 돌은 언제 잠깨는가" "남해금산" "그 여름의 끝" "호랑가시나무의 기억" 등 김수영문학상, 소월시문학상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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