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개의 금메달이 걸린 육상이 7일 시작된다. 고작 금메달 2∼3개를 목표로 하는 한국에 육상은 불모지대나 다름없다. 하지만 "육상에서 2관왕의 신화를 일구겠다"고 다짐하는 선수가 있다. 비운의 스타 김순형(29·대구시청)이다. 6일 오전 부산 아시아드 주경기장 보조경기장을 찾아 컨디션을 점검한 김순형은 "9일 800m와 12일 1,500m를 모두 석권, 4년전 은메달에 그친 한을 깨끗이 씻겠다"고 각오를 밝혔다.김순형은 방콕대회 800m에서 다잡은 금메달을 놓쳤다. 마지막 코너까지 1위로 달리다 결승선 9m를 앞두고 이진일(은퇴)에게 간발의 차로 역전당해 1위를 내줬다. 이 때의 후유증은 너무도 컸다. 여기에 부상까지 겹치면서 긴 슬럼프에 빠졌다. 나이에 따른 체력부담도 적지 않아 운동을 그만둘까도 생각했다.
하지만 사실상 은퇴무대인 이번 대회를 앞두고 "이대로 물러설 수 없다"는 자존심이 그를 다시 일으켜 세웠다. 또 86 서울아시안게임부터 98 방콕아시안게임까지 4연패를 달성한 800m가 한국육상의 자존심을 지켜온 종목이라는 점 때문에 김순형은 이를 악물었다. 지난해 여름부터 최근까지 강도높은 러시아 전지훈련을 세차례나 소화하며 몸만들기를 계속한 김순형은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며 스타트 총성만을 기다리고 있다. 김용환 코치는 "현재 김순형의 몸상태가 전성기 때 못지 않다"며 "좋은 성적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김순형은 이번 대회 필승 전략을 세웠다. 800m의 경우 600m를 1분18초 정도로 끊고, 1,500m는 1,200m를 3분5초 이내에 주파, 마지막 100m스퍼트에 승부수를 띄운다는 구상이다. 김순형은 "카타르의 압둘라 압둘 등 중동 선수들이 가장 강력한 경쟁자들"이라며 "이번 대회에서 2관왕에 오른 후 영예롭게 은퇴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부산=박진용기자 hu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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