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전자업체의 해외투자는 갈수록 느는 반면 외국 전자업체들의 국내투자는 줄고 있어 국내 제조업 기반인 전자산업의 공동화(空洞化) 우려를 낳고 있다.6일 한국전자산업진흥회가 밝힌 '국내투자 및 해외투자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전자산업(통신 포함)에 대한 외국인 투자는 179건, 15억9,300만달러로 전년(238건·24억900만달러)에 비해 건수는 24.7%, 금액은 33.8% 감소했다.
반면 국내 전자업체의 지난해 해외투자는 261건, 23억9,000만달러(이중 15억6,000만달러는 LG·필립스 CRT 합작)로 전년(209건· 4억7,200만 달러)보다 건수는 24.8%, 금액은 406.4% 증가했다.
이런 현상은 올 들어 심화하고 있다. 산업자원부가 집계한 외국인투자 동향에 따르면 올 들어 8월까지 외국인의 국내 전자산업에 대한 투자는 80건, 2억달러로 지난해 동기(137건, 9억600만달러)보다 건수는 41.6%, 금액은 77.4% 급감했다.
반면 한국수출입은행의 해외투자통계에 따르면 올 들어 8월까지 국내 기업의 해외투자는 208건에 6억1,000만달러로 지난해에 이어 꾸준한 증가세를 이어갔다.
이런 현상은 세계 IT경기 침체로 미국, 일본 기업의 대한 투자 여력이 줄어든 반면 국내 기업은 원가 경쟁력을 이유로 중국과 동남아 등지로 생산라인을 옮기는데 따른 것이다.
전자진흥회 관계자는 "원가가 싼 지역으로 생산라인을 옮기는 것은 기업의 당연한 선택"이라며 "그러나 밖으로 나가기만 하고 안으로는 들어오지 않는다면 국내 생산기반이 크게 약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1990년 8,900만달러에 불과했던 외국인의 국내 전자산업 투자규모는 IMF 이후인 98년 13억7,700만달러로 급증한 뒤 99년 29억9,800만달러, 2000년 24억900만달러를 기록했다.
반면 국내 전자기업의 해외투자 규모는 해외 생산라인 이전이 가속화하기 시작한 95년 13억3,600만달러와 96년 11억7,500만달러로 최고조를 이룬 뒤 99년 5억2,600만달러, 2000년 4억7,200만달러로 주춤하다가 지난해부터 다시 늘어났다.
/박희정기자 hj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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