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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대출·증시대책 "표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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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대출·증시대책 "표류"

입력
2002.10.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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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경제의 최대 잠재불안 요인인 가계대출 증가와 증시 불안에 대한 정부 대책이 표류하고 있다.정치 공방에 휩쓸린 국회가 경제 현안을 외면하고 있는 가운데 '9·4 주택시장안정대책'이후 집값 상승세가 숨고르기에 들어가자 정부가 일시적인 현상에 도취해 무사안일주의를 답습하고 있다는 것이다.

가계대출이 계속 급증함에 따라 정부가 추가로 내놓기로 한 가계대출 억제책은 금융정책협의회 등 최근 관련 부처간 잇단 협의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뚜렷한 방침조차 정해지지 않은 상태이다. 재정경제부 고위 관계자는 6일 "가계대출 총액이 가처분소득에 맞먹는 400조원에 육박하고, 신용불량자가 급증하는 최근의 추세는 분명히 경계해야 할 상황"이라면서도 "부처간 이견이 남아 추가 가계대출 억제책을 당장 내놓기는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재경부는 당초 은행 자산건전성 지표인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산정 때 주택담보대출의 위험가중치를 현행 50%에서 60∼70%로 상향 조정하는 방안 등을 추진했다. 그러나 금융감독위원회는 "위험가중치를 높일 경우 은행들이 가계신용을 급속히 줄여 또다른 시장 불안이 나타나는데다, 일부 은행의 BIS 비율이 급락해 대외신인도와 자금조달에도 문제가 생길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에 대해 "당초 집값 안정을 위해 가계대출 억제책이 추진되는 바람에 집값 상승세가 주춤하자 가계대출 문제의 절박성이 떨어진 느낌"이라며 "그러나 가계신용 위험이 고조되고 있는 만큼 금리조정이 어렵다면 다른 방식으로라도 적절한 선제조치가 나와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증시 수요기반 확대방안으로 추진됐던 기업연금제도도 당초 예정됐던 내년 시행이 무산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기업연금은 근로자의 노후 보장을 위해 현행 퇴직금 대신 기업이 단독, 또는 근로자와 공동으로 갹출한 돈을 투신 등 투자금융기관에 맡겨 운용하는 제도로 시행될 경우 매년 1조원 규모의 자금이 증시로 추가 투입되는 효과가 기대됐다. 그러나 재경부 당국자는 "노동부와 협의를 거쳐 이달 중 정부안을 내놓을 수 있지만, 이를 논의할 노사정위원회의 입장이나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상태"라며 "사실상 내년 시행은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고 밝혔다.

한편 미 모건스탠리는 이날 '한국경제 경착륙 리스크 고조'라는 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수출회복세가 예상보다 빠르게 둔화하고 있고 신용버블 현상도 계속돼 경제 경착륙 가능성이 고조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모건스탠리는 특히 신용버블과 관련, "현재 한국의 가계부채는 올해 국내총생산(GDP)의 78%에 이른 것으로 추정되고, 연말까지 81%로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며 "금융기관의 과도한 부동산 담보대출 경쟁에 따른 가계부채 급증은 신용거품이 붕괴할 경우 경제적 혼란을 더욱 야기하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인철기자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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