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막을 내린 2002년도 국정감사에서 가장 돋보인 사람은 한나라당 엄호성(嚴虎聲·사진) 의원이다. 국회 정무위 소속인 엄 의원은 이번 국감의 최대 쟁점인 '대북 비밀 지원설'을 점화하고, 확산시켜 한나라당이 중반 이후의 국감을 주도할 수 있도록 했다.엄 의원은 지난달 25일 "산업은행이 현대상선에 대출한 4,900억원이 북한에 전달된 의혹이 있다"며 포문을 열었다. 이튿날에는 산업은행이 제출한 현대상선 대출 자료에 4,900억원 대출 기록이 빠져 있음을 지적, '고의 누락 의혹'을 보탰다. 이달 들어 3일에는 대출 서류에 김충식(金忠植) 사장의 자필 서명이 없음을 지적, 의혹을 더욱 부풀렸다.
4일 나온 "4,000억원 대출은 당시 한광옥(韓光玉) 청와대비서실장의 지시로 이뤄졌다는 말을 들었다"는 엄낙용(嚴洛鎔) 전 산업은행 총재의 증언도 엄 의원의 의혹 제기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이번 국감으로 엄 의원은 한나라당의 최대 공격수로 떠올랐지만 정부와 민주당, 피감기관에게는 가장 껄끄러운 존재가 됐다. 당의 한 관계자는 "각 기관들이 낸 자료를 분석, 정확히 문제점을 짚은 뒤 이를 쟁점화하는 능력이 탁월하다"고 평가했다.
일부 피감기관이 국감 후반 똑 같은 자료 요청을 받고도 다른 의원들에게는 내면서 엄 의원에게는 되도록 시간을 늦추어 자료를 건넨 것도 별 것 아닌 자료라도 그에게 들어 가면 '물건'이 돼서 나온 때문이다.
/최성욱기자 feel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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