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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업계 구인난/"초보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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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업계 구인난/"초보기사 입니다"

입력
2002.10.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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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오후 6시께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S운수 주차장. 택시들이 퇴근길 승객을 찾아 한창 거리를 달려야 할 시간인데도, 택시 70여대 가운데 절반이 넘는 40여대가 주차장에서 잠을 자고 있었다. "운전하겠다는 사람이 없으니…." 이 회사 상무 임석환(林錫煥·50)씨는 "놀고 있는 택시들은 차라리 폐차해버릴 생각"이라며 고개를 돌렸다. 이 회사가 2교대 정상 운행을 위해 필요한 기사는 170명 이상. 그러나 현재 120여명에 불과하다.▶3대중 한대꼴 놀고 있어

택시기사 구인난이 갈수록 심각해져 서울시내 260여개 택시 사업장에서 놀고 있는 택시가 평균 30%를 웃돌면서 택시 업체들이 고사위기에 몰리고 있다. 일부 업체들은 어쩔 수 없이 초보자나 아르바이트생을 기사로 채용하고 있어 사고위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가고 있다.

서울시택시운송사업조합에 따르면 IMF 직후 인기가 치솟았던 택시운전자격증 지원자가 예년의 4분의 1수준으로 급감하고 있다.

실업자들도 택시 운전만은 꺼린다. 올 1∼8월 노동부 고용안정센터를 통해 택시업체에 구직신청을 한 사람은 659명이었지만 실제 취업자는 10%도 안되는 63명에 불과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구직자의 61%(667명)가 택시업체에 취업했던 것에 비하면 기피현상의 심각성을 알 수 있다.

택시운전이 기피직업 1순위로 전락한 것은 노동 강도에 비해 턱 없이 낮은 보수와 열악한 근로환경 때문. 5년째 택시 운전을 하고 있는 김수남(金秀男·31)씨는 "100만원 남짓한 월급에 약간의 성과급이 전부니 누가 운전을 하려 하겠느냐"며 "버스나 지하철 운전과 비교해도 임금이 60%에 불과한 정도"라고 하소연했다.

▶업체마다 기사 모시기 전쟁

인력난이 심해지자 택시업체들은 '기사 모시기'에 혈안이 돼 있다. 매주 금요일 택시운전자격증 시험이 치러지는 서울 송파구 신천동 교통회관 앞에는 100여업체 직원들이 몰려 나와 구인전쟁을 벌인다. 노원구 상계동 한 택시회사 직원은 "시험수속도 대신 해주고 밥도 사주고 있다"며 "그러나 실제 취업에는 관심이 없고 '비상시 대비용'으로 자격증을 따는 사람들이 많아 어려움이 크다"고 하소연했다.

택시업체들은 인력난 해소를 위해 2종 면허 소지자도 택시 운전을 할 수 있도록 건설교통부와 경찰청에 건의한 상태.

기사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이다 보니 '초보자'까지 마구잡이로 고용, 지리를 모르는 기사도 태반이다. 서울 M택시의 경우 100여명 기사 가운데 절반이 1년 미만의 경력자이고 아르바이트 대학생도 10여명에 이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인력난이 원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택시 사고가 계속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고 전했다.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 정종채(丁鍾彩·58) 기획부장은 "결국 우리나라도 유럽처럼 택시 기사가 값싼 외국인노동자들로 대체될 날도 멀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최지향기자 mis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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